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 마감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쓰는 동안, 시장의 주체별 수급 지형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는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그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엇박자 매매'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31거래일 중 외국인과 개인의 매매 방향이 일치한 날은 단 4일에 불과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4조730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52조250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인의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특히 외국인은 같은 기간 약 10% 이상 상승한 삼성전자를 27조1200억원 넘게 던졌고, 약 22% 넘게 상승한 SK하이닉스도 24조32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18조원)와 SK하이닉스(17조1700억원)를 적극 받아내며 지수 하방을 지지했다.

지난 20년간 한국 증시의 불문율은 '외국인이 사야 오르고, 팔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달간 외국인이 수십조 원을 쏟아내는 매도 공세 속에서도 지수가 폭등하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통념적인 수급 해석에서 벗어나, 최근 시장의 특수성을 분리해 해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엄청난 자금을 매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국내 주식 지분율은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라며 "이는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탓에 발생한 '기계적 매도(리밸런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즉 지수가 오를수록 외국인의 리밸런싱 물량은 지속적으로 출회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내 한국 반도체 ETF 상장 준비와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직접 투자 허용에 따라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인의 완전한 순매수 기조 전환은 시일이 걸리겠지만, 주도주 중심의 선택적 자금 유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계적 비중 조절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주도주인 삼성전자를 9000억원 가까이 사들였고, 삼성전기(009150)도 4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업계는 외국인 자금의 본격적인 회귀가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안정시키고, 자본시장에 다시금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급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오는 6월 말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를 지목한다.

반면, 편입이 무산될 경우 고점 부담이 큰 시장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현재 시장의 단기 과열 분위기가 일정 부분 완화돼야 외국인이 완전히 돌아올 수 있다"며 "거시 경제적으로 금리가 예상치 못하게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외인의 리밸런싱 물량 소화 과정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