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25거래일간 이어졌던 외국인의 '셀 코리아' 기조가 멈추고 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장기간의 매도 공세를 일단락한 외국인의 귀환을 두고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추세적 상승 동력의 회복이라는 낙관론과, 단순히 과매도 구간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 12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한 뒤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강한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4거래일 동안 무려 75조5700억원 규모의 코스피 물량을 쏟아냈다. 그러다 12일 약 2조6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25거래일 만에 포지션을 바꿨고, 15일 1조원, 이날 1조4568억원을 추가로 사들이며 귀환을 알렸다.
이날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한 주요 업종은 삼성전기(00915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LG(003550) 등 반도체·대형주였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코스피 지수 또한 12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의 태세 전환을 이끈 핵심은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다. 그간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던 환율 급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매도 행렬이 멈춘 것만으로도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기대감이 확산하며 달러 강세 압력이 둔화했다. 글로벌 공급망과 유가를 흔들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라앉히며 외국인 수급 개선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갈등이 완화되고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이벤트도 종료되며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특히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가계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다소 축소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규모 순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국내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주식 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시의 장기적 방향성은 외국인 수급과 더불어 상장사의 실적 개선 및 대외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결정할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의 진정 여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봉합 여부, 미국 스페이스X 상장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 등에 따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외국인 매수세 유입만으로 국내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 증시 탄력이 더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시장 방향성을 외국인 매수세가 결정한다기보다 강도를 좀 더 높이는 수준에 그친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 과열 해소, 매물 소화 국면은 감안해야겠지만, 실적에 근거한 밸류에이션 정상화,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은 반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