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에 '원전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안전 문제를 이유로 탈(脫)원전을 추진했던 주요 국가들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지정학적 리스크로 재부각된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원전 회귀' 움직임이 뚜렷하다.
변화의 흐름은 투자 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달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Van Eck)가 우리나라 원전 설계 기업 한전기술(052690)의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1800억달러(약 26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Van Eck는 원전 관련 ETF(Van Eck Uranium and Nuclear ETF)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ETF는 지난해 3월부터 보유 자산 내 한전기술에 대한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증권은 Van Eck의 투자에 대해 "그동안 원전 운영(우라늄)에 치우쳐져 있던 서구권의 투자 초점이 EPC(설계·조달·시공)와 기자재 등 '신규 원전 건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우라늄 채굴과 원전 운영(유틸리티) 관련 기업에 투자 자금이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EPC와 기자재 등 건설 관련 기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원전 산업에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에서 경쟁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인 데다, EPC 기업을 중심으로 원전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서구 투자자들이 원전을 '운영 자산'이 아닌 '짓는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투자 자금의 흐름도 변화할 것"이라며 "원전 완공 이후 기대할 수 있는 운영 수익보다 먼저 숫자로 드러나는 수주·건설·제작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큰 원전 관련주 중 부품·제작 관련 업체는 두산에너빌리티·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 ELECTRIC·우리기술·산일전기 등이고 EPC 시공 업체는 현대건설·대우건설(047040)·DL이앤씨 등이다. 한전기술은 SMR 설계, 한국전력은 유틸리티 업체로 분류된다.
KB증권은 원전 기업을 바스켓으로 담고 있는 국내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추천했다. 서구권 ETF는 우라늄과 유틸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60~100%에 달한다.
EPC 업체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원자력'이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TOP10'과 NH-아문디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 ETF는 각각 부품·제작 업체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