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다시 10배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주식 매도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반도체 등 시크리컬(경기 민감주) 성격이 짙은 업종이 최근의 증시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시클리컬 종목은 PER이 높아졌을 때 샀다가, PER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매도하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통상 시장은 시클리컬 종목의 가격을 현재 이익이 아닌, 장기 이익을 토대로 가격을 매긴다. 이에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멀티플이 사이클 저점에서 가장 높아지고, 사이클 고점에서 가장 낮아진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단순한 밸류에이션 지표를 넘어,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과 반도체 업종의 구조적 회복, 정부의 자본시장 유인책 등 '업사이드 리스크'(예상보다 더 오를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11배를 웃돌다 최근 10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3개월 전보다 기업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 조정된 영향이 크다.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 242조원에서 현재 321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PER은 내려가는 상황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ROE가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공식에 의하면 지금은 한국 증시를 매도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하면서도 "ROE 개선은 단순히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따른 자본 감소 효과도 영향이 있지만, 현재의 (ROE) 개선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체력과 자본 효율이 동시에 회복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종은 올해 코스피 전체 순이익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3년(49%)과 2018년(46%)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고 봤다.
과거에는 D램 사이클 종료나 공급 쇼크 등의 이벤트가 증시 호조 사이클을 끊었지만, 현재는 메모리 3사가 이미 올해 생산능력을 사실상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클의 종료를 알리는 단기적인 계약가 하락이 나타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수정 연구원은 "반도체를 팔 이유가 없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로 돌아오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 주식 매도 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한시 감면하는 '환류투자계좌'(RIA)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집계된 해외주식 보유액은 1611억달러(약 210조원)다. 총 환류액이 10조원 내외로 나온다면, 지난해 외국인 순매도 9조원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대형주와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체감 영향은 더욱 강력해진다"며 "1분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대형주의 업사이드 리스크에 주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