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데이 서울에서 'AI 모델이 더 똑똑해지는 방법(How AI Models Get Smarter)'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이 다시 기술주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 팽배한 'AI 거품론'을 잠재울 수 있는 실적 호조가 확인된 것이다.

이날 새벽 엔비디아는 지난 3분기(8~10월) 실적에서 총매출 570억6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시장 전망치(1.25달러)를 웃돌았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해당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6.4% 증가한 512억1500만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게이밍 부문 매출도 42억6500만달러를 기록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최근 기술주는 AI 과열 우려 속에서 조정을 받는 모습이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대비 약 38% 상승했지만,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약 10%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피터 틸의 헤지펀드와 소프트뱅크 등이 엔비디아 지분을 일부 매각한 소식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상승 중이다. 주가는 미 동부시각 기준 오후 5시 19분 현재 5% 급등한 1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로드컴(2.34%), 알파벳(1.37%), 테슬라(1.11%) 등도 동반 강세다.

엔비디아는 오는 4분기(11월~내년 1월)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매출 가이던스를 650억달러(약 95조5500억원)로 제시했다.

이런 긍정적인 전망은 최근 증시를 짓눌렀던 AI 거품론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 실적은 AI 투자 열풍이 건전한지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되는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만큼 상황에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클라우드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미 매진됐다"며 "훈련과 추론 전반에서 컴퓨팅 수요 가속화되고 있으며 각 부문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수출 규제와 경쟁 심화 등의 외부 변수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어 호실적에도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엔비디아의 가이던스가 크게 높으면 AI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며 "결국 투자자 반응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