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넘으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근래, 투자자들은 조정의 명분을 찾아왔다. 증시가 오르니 좋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고지에 우리 증시가 올라서도 되는지 못미덥기도 했다.
긴가민가하던 와중에 미국에서 먼저 악재가 튀어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증시가 실은 거품일 가능성이 크단다. 미국 증시를 강타한 거품론이 우리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을 리 없다. 5일 코스피 지수는 급락했다. 장 초반,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발동하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런데 공포에 질린 건 외국인뿐이었던 것 같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한 달 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이 최근 5년,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사례를 분석해 보니, 매도 사이드카 발동 이후 직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평균 21.1일이 걸렸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반등했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제외해도 평균 26.3일 이후에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 기간 평균 최대 하락폭은 약 11%였다고 한다. 추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는 의미다.
증시를 뒤흔든 악재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었다는 점도 개미에게 '야수의 심장'을 달아줬다. 많은 투자자가 걱정하고 있는 '거품론'의 경우 아직 그 실체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데, 유명 헤지펀드가 '숏(지수 하락에 베팅)' 포지션을 노출하며 조정의 기회를 줬다. 오랜 미 행정부 셧다운 여파로 미 중앙은행이 명확한 데이터를 얻지 못해 적절한 통화정책을 펼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 급격한 원화 약세도 이미 투자자가 계산하고 있는 요인이다.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반면 국내 증시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외적으로 유동성 확대, 경기 확장 국면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수출 전망이 밝다. 부동산 시장으로만 향하던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도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다.
김두언 연구원은 "과거 회복 패턴을 감안하면 증시 회복의 주인공은 주도주였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에 계속 투자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