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는 다른 달보다 9월, 유독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을 뜻하는 '9월 효과'라는 말이 있다. 1928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2개월 중 9월의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서 유래했다.
9월 효과에 대한 경계감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 1991년 이후 코스피 지수의 9월 평균 수익률은 -0.6%, 코스닥은 -3.2%로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은 10월에도 평균 1.2% 하락했다.
그런데 올해 9월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위축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고, 이런 기대가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3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고용지표 발표 후 연준이 이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과거 계절적 약세가 반복되던 9~10월과는 달리, 이번에는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이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가 평년과 다른 분위기를 보일 때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외돼 온 코스닥 지수가 큰 폭 반등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코스닥 지수는 약 3% 상승하며 코스피(1.1%)보다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상승세를 이끄는 중심축은 제약·바이오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12곳이 관련 기업일 정도로, 강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조 속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 기술주도 자금 조달 환경이 나아지며 수혜가 기대된다.
상상인증권은 그간 달러화 흐름과 관계없이 유리했던 대형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유지하되, 달러 가치의 방향성에 따라 성장주와 가치주의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AI, 로봇 외에도 상대 수익률이 우수했던 상사·자본재, 운송, 기계, 반도체, 증권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다만 필수소비재, 통신서비스, 화장품·의류·완구 종목은 더 나은 매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우려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의 고용 부진이 경기 침체로 번진다면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증시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오는 10일과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달러화 가치는 최근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월 이후 2.4% 하락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강세를 보이는 안전자산인 달러가 최근에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이 경기 침체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