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역 상대국을 향해 폭주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는 결국 자승자박의 수였던 것일까. 미국 경제에 경착륙 경보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고용, 소비, 제조업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 경제 침체 우려는 세계 경제로 전염된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꺾이는 신호가 명확해지면, 미국 중앙은행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이는 세계 자산시장을 잠깐 부양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이 시름할 때 글로벌 기업이 받을 타격은 결국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3.0%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역성장했던 미국 경제가 깜작 성장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2분기 미국 GDP가 2.3~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시장의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빨간 모자가 걸려있는 모습./UPI=연합뉴스

지표만 보면 미국 경기가 마치 강하게 반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GDP가 크게 증가한 요인은 기업 투자나 수출, 가계 소비가 증가한 결과가 아니라 수입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기 때문이다. 연초 트럼프 행정부가 무차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기업들은 관세 부과 전 사재기에 나섰는데, 이런 선(先)구매 효과가 사라지자 2분기 수입 절벽이 발생한 것이다. 수입이 줄어 무역 적자가 대폭 감소하자 경제 성적이 대폭 개선됐다.

유안타증권 김호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게 아니라 내수 둔화와 소득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이 지표로 나타난 것"이라며 "숫자 뒤에 미국 경기가 균열하는 상황이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경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인 고용도 붕괴하는 조짐이 보인다. 지난 7월 미국 고용 지표는 당황스러울 만큼 부진했다. 실업자가 늘었고, 취업자 증가 수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크게 밑돌았다. 앞서 잠정 집계치로 발표됐던 5~6월 고용 증가 규모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시장에서 이런 변화는 연방 정부의 구조조정과 관세 인상의 영향이 구체화된 결과"라며 "향후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화될 수록 고용이 계속 위축되는 가운데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 구매력 약화와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더 큰 적(敵)인 물가와 싸워야 하는 미 연준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미 연준이 마냥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골이 깊어지면 한국 경제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출에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면에서 피난처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부양책에 기댄 내수 활성화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인 성장 기대가 남아있는 AI 반도체와 조선·방산·전력기기 업종이 주도하는 시장 흐름이 전개되는 가운데 소비재와 헬스케어 업종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