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히 오르는 주식은 없다. 코스피 지수의 시선이 새로운 고지를 향하자 질주했던 증권주는 그동안 급등한 만큼 가파른 조정을 받고 있고, 삼성전자(005930)를 대신해 '대장주' 역할을 하던 SK하이닉스(000660)에도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하던 업종에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국내 증시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순환매 장이다. 크게 올랐던 종목들이 숨 고르기 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에 매수세가 몰린다, 즉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코스피 지수가 주춤할 때 코스닥 지수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 역시 순환매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을 "밸류에이션은 고점인데도 일단 주식을 사겠다는 자금이 개인이든 외국인이든 들어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게다가 순환매라는 키워드는 국내 증시 내에서뿐 아니라 글로벌 관점에서도 유효하다. 글로벌 시장 간 순환매 가능성도 언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은 상황에서 고율의 관세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증시의 조정은 신흥국인 우리 증시에 악재로 보이지만,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00년 동안 S&P 500 차트를 인플레이션 수정 관점에서 살펴보면 조정과 회복이 반복되는데, 대장(미국 증시)의 조정은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바꿨다. S&P 500의 조정은 다른 시장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니프티 피프티 버블'로 미 증시가 하락했을 땐 일본 증시와 부동산으로 자금이 유입됐고, 2000년대 '닷컴 버블'엔 남미와 아시아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식이었다.

이은택 연구원은 "지금 S&P 500 지수가 조정을 보일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순환매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단순히 그동안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종목의 반등을 기대해선 낭패를 볼 수 있다. 순환매가 이뤄지더라도 모든 업종에 무조건 '키 맞추기'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실적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활발한 순환매장은 비중 조절과 수익 실현의 성격이 강했다"며 "핵심 변수는 2분기 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