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여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국회가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4일 오전 1시쯤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를 윤 대통령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는 4일 새벽에 종료됐지만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7시 30분까지 개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며 증시를 지켜봐야만 했다. 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전망인 만큼 주가가 하락한다면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날(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4% 내린 246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98% 하락한 677.15로 장을 마쳤다. 우려했던 것만큼 큰 폭의 하락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비상계엄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일 자정 무렵 원·달러 환율은 1444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정치가 한국 증시를 뒤흔드는 주요 핵으로 떠오르자 정치 테마주의 희비가 특히 갈렸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종목들은 하락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테마주는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 있는 '대왕고래' 관련주라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관련 테마주와 원전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와 갈등을 겪어온 카카오그룹 주식에 매수가 몰리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와 관련된 정책 테마주가 영향을 받은 이유로는 '사업의 연속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등 야 6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만큼 윤석열 정부의 정책 사업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수 있지만 관련주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신 지금 한국 증시가 충분히 싸진 만큼, 저가매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 배수가 8.7배로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악화된다면 코스피지수가 극단적인 저점인 2360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과거 흐름을 살펴봐도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확산 등 증시 악재 국면에서도 해당 밸류에이션을 하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외국인 매매동향도 부정적이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저가 매수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400을 하회한다면 점진적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방어적 특성을 가진 업종을 주목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선택지가 제한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방어에 가장 신경 쓸 필요가 있다"며 음식료, 통신, 서비스 등이 방어적 특성을 가진 업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배당 매력이 높은 종목이 가격이 싸졌을 때 미리 비중을 확대하는 전술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데 하락 폭이 컸던 낙폭과대 실적주와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 또한 주목해 볼 만하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연말연시 코스피지수가 2400~2600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면에서 가장 검증된 형태의 시장 안전지대 투자 대안은 낙폭과대 실적주와 안전마진 확보가 가능한 중대형 고배당주"라며 "반도체, 2차전지, IT하드웨어 등 테크와 바이오, 은행·증권 대표주 옥석 가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