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한 달여 남았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4.6%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19.6% 급락했다. 미국이 지난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내년 1월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2기 집권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꺾였다.
매년 12월 주식시장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4.7%, 4.2%씩 상승했다.
하지만 이달 25일 미 달러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긴 상황이라 올해 12월에는 2년 전 증시 약세가 재현될까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2022년 12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9.55%, 6.89%씩 내렸다. 미국이 통화 긴축 정책을 유지하고,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불안이 커져 국내 증시가 얼어붙은 탓이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0월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은 뒤 12월 들어 소폭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1300원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올 연말 미국 증시는 ‘트럼프 랠리’가 산타 랠리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12월 국내 증시 ‘반등’과 ‘횡보’를 두 축으로 증권가 전망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먼저 증시 반등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트럼프로 인한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우려가 커졌음에도 기존 경기 회복세와 물가 흐름이 바뀔 만큼 치명적이진 않다고 봤다. 또 당장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될 것이기에 그간의 낙폭을 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저점 통과 이후 코스피 지수 반등 과정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낙폭 과대주들의 상승이 어우러지며 글로벌 증시 대비 차별적인 반등세를 보였다”며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이 일단락됐고, 불안 심리가 정점을 통과하면서 채권금리와 달러 가치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미뤄졌던 생산 및 투자가 유입되면서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될 것”이라며 “한국은 대외 수출 부문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내수 경기 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트럼프 악재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약 1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아직 5만원선에 머물고 있고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계속되는 점이 증시에 부정적이다. 이달(11월 1~25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3조3252억원어치 팔아 치웠다. 8월부터 넉 달 연속 순매도세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주식시장은 횡보할 것”이라며 “11월은 과매도 구간에서 하락 폭이 컸던 주식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몇 개의 실마리가 제공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1분기에도 대내외 경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물가와 금리 하락은 더디며 제조업 경기는 바닥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신 박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성장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터넷, 게임 주식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주식을 찾는 것이 좋고, 헬스케어 종목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부정적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미 보건부 장관 임명에도 여전히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