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를 담지 않은 개미의 전체 종목 수익률이 삼성전자를 택한 개미의 수익률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꾸준히 사서 자식에게 물려줄 국민주’로 대접받던 코스피 대장주가 주가 급락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도 최근 주가 약세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나가고 있다. / 뉴스1

◇ 삼성전자 투자자 평균 수익률 -21.8%

18일 증권 전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미노’ 앱에 따르면, 도미노 이용자 약 10만명 가운데 삼성전자(005930) 종목 보유자는 11월 14일 기준 2만2969명이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보유 수량은 127주,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1.8%다. 평균 손실액은 178만4808원이다.

지난 15일 삼성전자가 7% 넘게 급등한 만큼 이들 투자자의 손실 규모는 소폭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21%(3600원) 오른 5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삼성전자 전체 투자자의 평균 매수 단가가 6만4977원이라 본전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바구니에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 투자자와 담지 않은 투자자의 전체 종목 수익률 차이는 얼마나 될까. 수치가 다소 극단적일 수 있는 상·하위 수익률 5%를 제거하고 나머지 영역 수익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보유자의 전체 종목 평균 수익률은 10.22%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미보유자의 전체 종목 평균 수익률은 29.13%로, 보유자보다 3배가량 좋았다.

평균 수익률이 -21.8%인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이 종목 보유자의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성을 갉아먹은 탓에 미보유자와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도미노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패스트포워드의 김창형 운영총괄 이사는 “정확한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미보유자는 삼성전자를 살 수 있던 돈으로 다른 대형주를 산 덕에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를 보유하고도 수익률 상위에 오른 투자자는 어떤 종목을 사서 ‘국민주의 몰락’에서 화를 면할 수 있었을까. 도미노에 따르면 삼성전자 보유자 중 수익률 상위 1% 투자자의 전체 주식 평균 수익률은 310%에 달했다. 이들의 투자 비중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봤더니 10개 모두 미국 관련 종목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테슬라 투자 비중이 가장 컸다. 그 뒤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타이거(TIGER) S&P500, TIGER 나스닥100 등이 있었다. 결국 한국 대장주(삼성전자)에 받은 상처를 미국 대장주(테슬라·엔비디아·애플 등)를 통해 극복했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 “우려 해소만으로도 반등 가능”

시장 참여자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15일의 급등세를 계속 이어갈지 지켜보고 있다. ‘삼성접자’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16%를 차지하는 대장주이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9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은 11만원에서 8만4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투자의견 ‘매수(BUY)’는 그대로 유지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화 시기에 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예측 실패를 인정한다”며 “다만 최근 주가가 월초 대비 14% 이상 하락한 건 신규 진입자에 대한 우려와 수요 전망 관련 하향 조정이 과격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66%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추산되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매수 관점 접근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주가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건 D램의 코어(Core) 경쟁력 회복”이라며 “다행히 HBM4와 1cnm가 적용될 엔비디아 ‘루빈(Rubin)’ 출시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에는 기술 격차 축소를 위한 기회”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수많은 우려 속에서 급락한 주가인 만큼 우려가 해소돼 가는 과정만으로도 주가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장 마감 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며 “향후 1년 내 분할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자사주 3조원어치를 3개월(11월 18일~2025년 2월 17일)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소각되는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