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눌렀을 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6년 11월 10일(현지시각) 사설에서 2017년 새로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암흑의 시대’로 규정했다. 당시 한국의 많은 경제 전문가도 트럼프 당선을 두고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탄생’이라고 우려했다. 괴짜 트럼프의 당선이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쏟아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투자자는 냉정했고, 시장은 빨리 안정을 되찾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다우지수를 비롯한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 랠리를 시작했다. 덩달아 한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도 2017년까지 쭉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는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때마다 트위터(현 X)에 글을 올려 시장 흥분을 키웠다.
2018년 2월 신뢰성 높은 여론조사로 유명한 미국 퀴니피액대가 트럼프에 관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원 중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고 답한 비율이 30%(2018년 2월 기준)로 전월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민주당원의 트럼프 지지율이 7%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후한 수치다. 30%는 심지어 민주당원의 영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전날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2016년과 2024년의 세계 경제 여건이 다른 만큼 ‘트럼프 효과’가 똑같이 반복되진 않을 것이란 걸 잘 안다. 다만 확실한 건 가디언의 8년 전 우려처럼 ‘암흑의 시대’가 도래하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영리한 시장은 한 번 학습해 둔 변수를 절대로 잊지 않는다. 당분간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 안티(Anti)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연장을 예상한다”고 했다. 자동차·이차전지·친환경 등의 업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서 자유롭거나(바이오·조선·방산·기계) 국내 고유 이슈(밸류업)로 움직이는 섹터가 선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