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국내 증시가 다시 문을 연다. 간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는 소식에 증시 반등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주식 장바구니를 비웠던 투자자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땐 주식시장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며 향후 주가가 오를 종목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9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외국인 투자자는 9월 들어 지난 13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5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 또한 연휴를 앞두고 주식을 매도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외국인 투자자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1184억원어치를 사들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이다. 외국인 순매수세에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3.02% 상승했다.

증권가가 바라본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각각 9957억원, 51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을 439억원으로 추정하며 시장 전망치를 15.4%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8월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36% 하락했었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세와 주가 반등은 2021년 인수한 자회사 코스알엑스의 실적 성장 덕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반등은 코스알엑스의 가치가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3분기 코스알엑스의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33.7% 늘어난 596억원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소외됐던 이차전지 기업 삼성SDI(006400)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외국인이 각각 1071억원, 1054억원 규모로 사들이며 순매수 2, 3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가 지속되며 주가가 크게 내리자,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지원 정책을 내놓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점도 ‘해리스 트레이드’ 수혜 기대감을 키웠다. 이달 들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3.11%, 2.96%씩 올랐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차전지 기업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SDI는 삼원계 수냉식 ESS 중심의 외형성장이 기대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 확대로 지난 2분기 대비 3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수혜 종목인 신한지주(055550)(898억원), KT(030200)(475억원), LS(006260)(335억원) 등 금융주와 지주사 주식도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21일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LG전자(066570)는 1036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그 외 하반기 주도 업종으로 꼽히는 바이오 종목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91억원), SK바이오팜(326030)(581억원), 알테오젠(196170)(556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경기 지표들이 견조한 상황이기에 이번 금리 인하는 보험적 금리 인하로 보는 것이 맞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국내 증시가 추가 반등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팀장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고점 대비 약 30% 조정받으면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바이오, 이차전지 종목과 밸류업 수혜 업종인 금융·자동차·지주사 및 고배당주들이 시장 전반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