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벤트가 2개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공개 토론회와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초가 되는 지수 발표다. 증권가에선 내년 초까진 밸류업 관련주들이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면서 동시에 초과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민주당은 다대다 형식의 공개 토론회를 열고 금투세에 대한 당론을 결정한다. 금투세란 주식은 5000만원, 채권은 25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경우 투자자에게 매기는 세금이다. 최고 세율은 27.5%로,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폐지’를 주장 중이고, 민주당에선 ‘유예’와 ‘시행’으로 의견이 갈려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한쪽으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토론회 분위기에 따라 증시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금투세 징수 대상이 될 투자자들이 움직여서라기보단 금투세 자체를 주시하는 단기 자금이 이동할 수 있어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투세와 주가는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진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를 폐지하면 이제 우리 주가가 떨어질 일은 없나”라며 “우리 주식 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윤석열 정권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말 한마디가 없다”고 했다. 금투세 도입을 강경하게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의 당론이 ‘시행’으로 정해지면 보완 입법도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이면서 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고 있는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공제 금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손실 이월 공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 납입금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ISA 비과세 범위를 해외 주식까지 확대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이달엔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발표도 예정돼 있다. 밸류업 지수 개발은 밸류업 ETF를 출시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금융투자상품이라 이를 만들려면 지수가 있어야 해서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수를 만드는 건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밸류업 ETF 출시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 증시가 유독 저평가 받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연초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데, 그중 하나가 밸류업 ETF다. 밸류업 지수 요건을 맞춘 상장사들에 투자금이 흘러가도록 ETF로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밸류업 지수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한국거래소는 계량적 지표뿐만 아니라 정성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려는 상장사들의 의지를 지수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가총액, 유동주식 수, 주당순이익(EPS) 외에도 기업 가치 제고 의지를 넣겠다는 얘기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업종별로 차이 날 수밖에 없는 만큼 업종 쿼터도 도입될 전망이다.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ETF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밸류업 지수 발표를 앞두고 최근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대차(005380)가 관련 내용을 공시하자, 당일 주가는 4.65% 상승 마감했다. DB금융투자(016610)도 이달 5일 공시했는데, 다음 날 주가는 21.40% 뛰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있어 당분간은 (주식 시장) 변동성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 연초까진 밸류업 관련주들이 방어 수단이자 동시에 공격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