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합산 시가총액이 다시 100조원을 밑돌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6월 사상 최고가를 쓰고, 기아도 질주하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총 115조원 가까이 치솟았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방지턱을 만난 탓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 이후 백악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에선 '트럼프 트레이딩'이 한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후 곧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감에 우크라이나 재건주(株)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자동차 업종은 수출 비중에서 미국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미국 대선 결과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올해 6월까지 한국의 자동차 수출 규모는 총 370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190억달러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 성장률은 지난해 44.8%, 올해 상반기도 28.9%에 달한다. 전체 성장률 평균치를 웃돈다.
한국 자동차 업종이 미국 시장에서 거둔 빼어난 성과가 정작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중국산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상황에서 집중 목표가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전인 2016년 156억달러였던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 규모가 집권 후인 2017년 147억달러, 2018년 136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경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도 10%의 보편적 관세를 물릴 경우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 규모가 152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관세 대상에서 빠지더라도 미국이 제3국에 관세를 부과해 해당 국가의 수출이 줄어드는 등 간접 영향에 따라 한국의 수출 규모가 추가로 53억달러에서 77억달러가량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아닌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품목이 대상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진단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이차전지나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미국 수출로 큰 규모의 무역 흑자를 내는 품목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추구하는 점도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수는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증권사, 자산운용사 관계자들 모두 투자할 때 예측할 수 없는 대선 결과보다 큰 흐름을 보라고 조언했다. 정부 정책만으로 산업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에도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은 정보기술(IT) 업종이었고, 정작 에너지 업종은 상대적으로 성과가 나빴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 들어 에너지 업종이 두드러지는 성과를 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누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특정 업종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을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가격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업황, 실적,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라고 했다.
참고로 트럼프 정부 초기와 달리 한국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 규모는 2019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정부 마지막 해이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에도 수출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