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기준금리 인하’라는 믿음이 투자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가 장외시장에서 국채를 포함해 채권 23조12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 예다. 개인의 국채 투자 비중은 1년 이하 단기물이 40%, 10년 초과 초장기물이 35%로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초장기물이 고액 자산가의 절세 목적이 컸다면, 단기물은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간접 투자가 이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341개의 설정액이 올해 들어 11조8027억원 증가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 232개의 설정액도 올해 들어 3조6715억원 늘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해외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사들였다. 올해 상반기 미국 국채 초장기물과 엔화 가치 상승을 동시에 노리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 국채 엔화 헤지’를 4억1164만달러(약 5700억원) 순매수했다. 미 국채 초장기물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3배’도 올해 상반기 순매수 규모가 2억6130만달러(약 3600억원)였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더라도 미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 금리가 상당 기간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다. 먼저 수급 문제가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앞으로 10년간 평균 6.2%로 예상되고 있어, 국채 발행 규모가 단기간에 줄어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긴축(QT)을 병행하는 만큼 시장에 풀리는 국채 물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중국을 비롯한 해외 공공부문의 미 국채 수요가 줄어든 탓에 가계가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물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한 투자자들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또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 시 주식 가치도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 분산투자할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미 국채 입찰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 쇼크가 발생, 증시까지 흔들리는 일을 자주 경험했던 배경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수급 상황에 더해 ▲보완적레버리지비율(SLR) 규제 등으로 딜러들의 시장 조성 역할이 약화한 점 ▲규제당국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시장 기능 회복, 도덕적 해이 방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삼중고에 직면한 점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딩(국채 현물 매수·선물 매도)이 급증하면서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의존도가 과도해진 점 등도 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쉽게 말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만 부풀 것이 아니라 단기간 급등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채권 투자 전문가들은 이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신호가 나올지부터 살피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