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린 가운데 하반기를 준비하는 주식시장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OECD가 ‘수출 호조세 지속’을 한국 성장률 상향 조정의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코스피 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대표적 경제 지표다. 중국 대신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경제 호황도 올해 남은 기간 수출과 증시 강세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 코스피 지수-일평균 수출 상관계수 0.85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 직전이던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02포인트(0.26%) 내린 2676.63으로 마감했다. 연초에 부진했던 코스피 지수는 2월부터 살아나 3월 말 2800에 접근했다. 그러나 이후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4월 중순 2500대로 무너졌다. 이 맥락에서 보면 현재 코스피 지수는 다시 살아나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탄력을 받을 만하면 한 번씩 고꾸라지는 지수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증권가에서는 우리 증시를 둘러싼 경제가 점차 우호적인 여건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563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8% 증가했다. 15대 수출 품목 중 철강과 이차전지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56.1% 늘어났다. 업황 회복에 따른 전방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수출은 코스피 지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경제 지표로 꼽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에 따르면 2005년 1월~지난해 9월 코스피 지수와 일평균 수출의 상관계수는 0.85로 매우 높은 편이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가 짙다는 의미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반도체 전방 수요 확대와 미·중 제조업 회복으로 2분기에도 수출 개선세는 양호할 것”이라고 했다.
수출 회복은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지난 2일 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2.2%)보다 0.4%포인트(p) 높은 수치다. OECD는 한국 경제가 소강 국면에서 벗어나 성장세를 강화(Growth is projected to strengthen)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이 수출 호조로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에 억눌렸던 내수도 하반기 금리 인하와 함께 회복될 것이란 게 OECD의 시각이다.
◇ “팬데믹 후 끈끈해진 韓 수출과 美 내수”
중국을 밀어내고 한국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미국 경제가 순항 중이란 사실도 우리 증시에는 호재다. 한국은행의 ‘대(對)미국 수출 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액을 앞질렀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누려 한국 수출 실적이 좋아지면 이는 코스피 지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한국의 미국향 수출과 미국 내수 간 상관관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초기 미국 가계 소득 증대로 자동차·가전 등 수입 수요가 급증했을 때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주효했다”며 “칩스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미국 산업 구조의 변화가 시작됐을 때 한국 기업의 발 빠른 대응도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0.6%p 상향 조정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올해 미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없다. 1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높은 경제 성장률을 고려할 때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거나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커지면 한국 증시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간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간에 변동성 장세는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