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에서 HD현대마린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난달 16~22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01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밴드·7만3300~8만3400원) 최상단으로 확정했다. HD현대마린은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전문 회사로 선박 통합 유지·보수부터 개조·디지털 설루션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회사다.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HD현대마린솔루션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만약 HD현대마린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가 4배 오르는 ‘따따블’을 기록한다면 시총은 14조8285억원까지 불어난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2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모 청약으로 2주를 배정받았다면 최대 50만4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모주 열기가 다소 꺾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연초부터 이어지던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 급등 현상은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올해 처음으로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이 세 종목 연속 100%를 넘지 못했다. 민테크는 상장 첫날인 지난 3일 공모가(1만500원) 대비 41.90% 오른 가격으로 시작해 결국 22.67% 상승한 1만2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상장한 제일엠앤에스는 공모가(2만2000원) 대비 71.36%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으나, 이내 상승 폭이 줄며 22.73% 상승한 3만7700원에 첫날을 마감했다. 지난 2일 상장한 디앤디파마텍(347850)도 공모가(3만3000원) 대비 시초가와 종가 상승률은 각각 49.24% 10.61%로 나타났다.

‘치킨값’ 벌기를 기대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종목은 일반청약에서 15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청약수수료(온라인 2000원·오프라인5000원)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조선DB

증권가에선 높아진 공모가와 침체된 증시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 18곳(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은 모두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공모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하는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 투자자가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고자 희망 범위를 넘는 가격을 제시한 영향으로 보인다.

더는 증권신고서를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다들 비싼 가격에 공모주식을 받은 뒤 상장 첫날 바로 팔아버리다 보니, 이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장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돼버린 셈이다. 공모주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다시 HD현대마린으로 돌아와 보자. HD현대마린은 올해 공모가를 확정한 종목 중 유일하게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8만3400원으로 정했다. 수요예측에서 전체 참여 물량 100%가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의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최종 공모가를 시장 친화적으로 정한 것이다.

일단 가격 매력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또 다른 변수는 공모주를 배정받은 외국인 투자자의 99%가 보유 확약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인이 매수에 소극적이고,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도 물량을 내놓으면 주가 움직임은 기대 이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