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이후에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겨냥한 투자법이 유효할 것이란 조언이 나왔다.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선은 개별 이벤트일 뿐이고 과거 부동산에 매여 있던 자산운용의 틀을 조금 더 생산적인 분야(증시)로 옮기는 것에 대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맥락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4일 서울 중구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열린 '밸류업 프로그램 해외투자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관련주로 묶였던 KRX 은행주는 최근 한 달간 14.99% 하락했다. 연초 밸류업 테마를 타고 KB금융(105560)신한지주(055550)가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주가(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것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총선 직후 여당의 참패로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주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련주를 매도하는 전략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 근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공약에 있다. 민주당은 밸류업과 관련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와 '전 국민 자산 증식 지원 프로그램 마련'을 약속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주면서 기업 가치 제고를 독려하는 게 골자임을 고려할 때 민주당의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박소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당도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규제를 옹호하고 있다"며 "소액주주 증시 참여가 확대되며 나타난 결과가 밸류업 정책이라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기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민주당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당근인 '법인세 감면'에 마냥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법인세 감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데, 민주당이 여기에 무작정 반대하진 않을 것이란 뜻이다.

기업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공시되는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에 대한 법인세 감면은 엄밀히 말하면 기업만 혜택을 누리진 않는다. 주주들에게도 금융소득이 돌아가기 때문에 해당 입법을 통해 혜택을 받는 대상엔 법인만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국민), 연기금까지 포함된다.

민주당이 특정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점에 집중하지 않고 그 이후의 파급 효과를 고려한 전례도 있다. 2022년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 투자할 경우 세액 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도 민주당의 지지로 통과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이 '부자 감세'와 '재벌 특혜'에 비판적이라는 정치적 선입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시 한국거래소로 모일 전망이다. 다음 달 초 한국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라서다.

이달 초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사 11개사와 진행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간담회에서 상장사들은 ▲밸류업 지수·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를 통한 선순환 구축 ▲적극적이고 실질적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사회 자율성 부여 ▲기업들의 공시 관련 부담 완화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