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와 관련한 일화를 들었다. 단지 내 1개동의 가격이 유달리 비쌌다. 조망권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기존 공장을 철거한 뒤 아파트 단지를 지었는데, 그 동의 자리에 공장 핵심 설비가 있었다. 기운이 좋은 곳이어서 핵심 설비를 두었던 곳이라거나, 실제로 아파트 입주 뒤 뛰어난 입시 성과를 거둔 학생들이 잇달아 나왔다는 입소문이 났다.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풍수지리를 믿지 않아 우스갯소리로 들었다.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과 부산 아파트 단지 일화를 나누면서 비슷한 감상평을 기대했다. 그러나 핵심을 잘못 짚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주목받을 요소가 있고, 이를 신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였다.
코스닥시장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5.16%(44.68포인트) 뛰면서 반년 만에 900선을 되찾았다. 사실 개별 종목 성적표는 좋지 않다. 올해 주가가 상승한 종목(722개)보다 그대로거나 하락한 종목(970개)이 더 많다. 개별 종목 평균 상승률도 1.62%에 그쳤다. 일부 종목이 큰 폭으로 올랐을 뿐 시장 전체에 온기가 도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올해 들어 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은 관심을 끌 지점들이 있었다. HLB테라퓨틱스(115450)와 HLB제약(047920), HLB(028300) 등 HLB그룹주들은 오는 5월 중에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결론 난다. HLB그룹은 승인만 받으면 연간 조(兆)단위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테크윙(089030), 자람테크놀로지(389020), 폴라리스AI(039980) 등은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인공지능(AI)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사업을 한다. 중앙첨단소재(051980)와 엔켐(348370)은 ‘꿈의 이차전지’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주(株)로 꼽힌다. 초전도체 테마주들도 여전히 상승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가 많은 코스닥시장 환경상 지속력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전날 ‘[한국주식 심리보고서] 마음은 수급으로 말한다’를 통해 투자자의 특성을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에 대한 분석이 눈에 띄었다. 한국은 세대마다 주식에 대한 경험 차이가 크고, 다양한 생각이 모여있는 상황이라고 김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에 좋아 보이는 주식이 등장해도 많은 사람의 동조를 강하고 길게 얻어내긴 힘든 여건이라고 했다. 급등·급락주가 많을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한국 시장에서 일어나는 짧고 굵게 끝나는 급등주 현상은 비이성에 사로잡힌 광기가 아니라, 나의 의견에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본능으로 알아차린 투자자들이 찾아낸 승리전략”이라며 “거래가 늘어나는 종목을 고르는 것은 여전히 믿을만하지만, 그 지속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 더 기억해 둘 것은 입소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신뢰를 뒷받침할 기술 경쟁력이나 실적 등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2년 전 ‘7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기록을 세웠던 현대사료가 카나리아바이오로 이름을 바꾼 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로 부산의 특별하던 그 1개동도 부동산 경기가 꺾인 뒤엔 힘을 못 썼다. 2022년 대비 20% 가까이 집값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