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 확대 등 주요 세제 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이지만, 일단은 휴지 조각이 됐다.
금투세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개장식에서도, 이후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이를 재차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기재위 전체 회의에 출석해 기재부 핵심 정책 입법과제들의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금융 세제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모든 금융 투자상품에 투자해서 생긴 수익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 시행을 예고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여야 합의로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ISA 납입 한도를 연 2000만원에서 연 4000만원, 배당·이자 소득의 비과세 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일반형)으로 각각 늘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ISA 세제 지원 확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ISA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가능케 한 정책은 국회에서 무더기로 공전(空轉)하고 있다.
애초에 이들 세법 개정안은 여야 견해차로 소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뒤로 밀렸다. 야당 측에서 금투세 폐지 등 감세 법안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처리 반대를 주장하면서 협상에 진통을 겪었다. 결국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인 지난달 29일 본회의 상정도 불발됐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 내용에 대해 조용한 상황이다.
결국 공은 총선 이후 전면 재편돼 열릴 5월 국회로 넘어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2월 임시국회뿐만 아니라 오는 4월 총선 이후 국회까지 두 번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2월 임시국회서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2대 국회를 꾸린 뒤 다시 입법 절차를 밟더라도 정기 국회가 열리는 9월은 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총선을 전후로 1년여 동안 시간만 낭비하고 주요 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재테크 계획을 세웠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