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이 본격화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Chat)GPT' 열풍으로 시작한 AI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고대혁폭메모리(HBM), 차세대 기술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주가 혼조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물론 통상적으로 반도체 소부장 업체 주가 흐름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장주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굳이 소부장 주식을 살 이유가 있나'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주가 반등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작고, 가파른 가동률 회복(턴어라운드) 시점이 다가오는 소부장주가 상승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2월 11~15일) 'KRX 반도체' 지수는 3.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뚜렷한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리는 종목은 AI 반도체 관련주다. KRX 반도체 지수 내 종목 중에서도 지난 한 주간 상승세가 눈에 띈 종목은 고영(098460)(33.01%), SFA반도체(036540)(15.53%) 등 HBM 관련주였다.
삼성전자가 선점에 나선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CXL과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 역시 두드러졌다. 지난주 반도체 소켓 제조·테스트 업체인 오킨스전자(080580) 주가는 이틀 연속(13~14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약 70.74% 급등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검사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 네오셈(253590)(55.34%), CXL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인 코리아써키트(007810)(23.28%) 등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0.41%, SK하이닉스는 8.61% 상승했다. 물론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장 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SK하이닉스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상승 폭에선 상당히 차이를 보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도주에 비해 주가 반등 폭이 미미했던 전통 소부장이 점진적 반등세를 보여줄 시기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가동률 회복에 대한 가시성이 낮았는데, 올해 3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해당 시점(내년 2분기)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기 시작했다"며 "실적 대비 주가의 2개 분기 선행성을 감안할 때, 연말부터 관련 종목들의 비중 확대가 유리한 국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연구원은 "업황 반등 이상의 실적 회복이 가능하기 위해선 고객사·아이템 다변화, 비메모리 확대 등 실적 변수 다각화가 이뤄져야 하고,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소부장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