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최근 홍콩발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를 보며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ELS 투자 8년 차다. 사회초년생 시절, 우연히 은행에서 ELS 투자를 추천받은 후 꾸준히 ELS에 자금을 묻어왔다. ELS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상품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손실이 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어 매번 목돈이 생기면 ELS에 넣은 것이다. A씨는 "이번 사태로 ELS가 정말 손실이 나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면서 "ELS 말고도 목돈을 마음 편히 둘 곳을 따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LS는 만기일 내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ELS 상품별로 구체적 원금상환 조건과 수익률은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3년 내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45~65% 수준으로 급락하지만 않으면 연 8~10% 안팎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수익률도 예·적금 이자율 이상이다 보니 장기적으로 목돈을 넣어둘 곳을 찾는 투자자들이 ELS 투자를 즐겨 왔다.

하지만 홍콩H지수 ELS가 수조원대 손실 위험에 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선까지 올랐지만 지난해부터 급락하면서 현재는 600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오는 2024년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ELS 상품들의 손실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이다.

일러스트=손민균

ELS 투심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목돈을 잠시 넣어둘 곳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어디다 돈을 맡기면 좋을까?

만기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는 어떨까. 지난해 처음 출시된 이 상품은 만기매칭형 ETF로도 불린다. 말 그대로 만기가 존재하는 채권을 담은 ETF다. 채권이 만기가 도래하면 투자자는 예상 수익을 그대로 돌려받고, ETF는 상장폐지(청산)된다.

만기채권형 ETF를 만기까지 들고 있다면, 채권 만기 수익률을 그대로 받을 수 있어 사실상 확정금리 상품과 같다. 최근 1~2년간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른 가운데, 만기 전 금리가 내리며 채권 가격이 오른다면 ETF를 팔아 매매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는 20여종의 만기채권형 ETF가 상장돼 있다. 투자자들은 만기채권형 ETF의 상품명에서 만기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다. 'TIGER 24-12 금융채(AA-이상) ETF'라면, 만기가 2024년 12월이라는 얘기다. 이때까지 ETF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투자 시점의 만기수익률(연환산 4.5%)을 얻는다.

지난 23일 국내 만기채권형 ETF가 처음으로 만기 상환됐다. 지난해 11월 상장해 이달 21일 상장폐지된 KB자산운용의 'KBSTAR 23-11회사채(AA-)액티브 ETF'의 만기 수익률은 약 5.6%(월 분배금 포함)였다. 상장폐지 시점 'AA-' 등급 회사채의 1년 금리가 4.35%인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