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충돌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긴장이 격화하거나 완화할 때마다 관련 테마주도 뜨고 진다. 주가가 크게 오른 테마주 종목 토론방은 ‘내일 더 오른다’와 ‘최소 -00% 간다’ 등의 글로 시끌시끌하다. 그 사이 ‘그래서 주가가 왜 올랐나요’라는 질문도 섞여 있다. 답변이 달리지만 대개 근거가 없다.

일러스트=손민균

지난 18일엔 해운주(株)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테마주로 묶였다. 흥아해운(003280)은 상한가(가격제한폭 최상단)를 기록하면서 두 달여 만에 2000원 선을 넘었다. 대한해운(005880)도 하루 새 9.86% 올랐다. 종목 토론방엔 역시나 상승의 이유가 제시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더 확대될 것을 대비해 정부가 해운사들과 대책 회의를 열고, 필요시 대체 항만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주가 상승과 연결 짓기엔 빈약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되지 않는 한 국내 해운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아슈도드와 아스글론 등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항만은 운영이 일부 제한되고 있지만, 다른 주요 항만은 정상 운영 중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와 건화물선 운임지수(BDI) 모두 충돌 전후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유조선 운임지수(WS)만 열흘 새 40%가량 올랐다. 특히 중동과 중국을 오가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운임은 70% 뛰었다. 하지만 흥아해운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이 주력이다. 정작 액화석유가스(LPG) 운송 사업 등을 하는 KSS해운(044450)의 주가는 전날 0.36% 하락했다.

국내 해운주는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유가 상승에 따른 피해가 크다. 전쟁 이후 선박 연료유 가격이 톤당 50달러가량 올랐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3000달러가량 비용을 더 써야 한다는 의미다.

테마주의 주가 등락에 이유를 찾으려는 것 자체가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종목명에 ‘석유’나 ‘유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가가 뛰었다. 석유 수출입과 관련도 없고 유전 사업은 껍데기만 남아 청산을 앞두고 있음에도 그랬다.

금리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외 증권사 대부분이 이달도 코스피지수가 2400대에서 2600대를 오갈 것으로 본다. 답답한 마음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테마주에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투기가 아닌 투자에 나서려면 무엇을 파는지 정도는 알고 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