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2일로 596일이 지났다. 전쟁이 장기화한 와중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충돌이 발발했다. 물가와 금리, 환율 등만으로도 버거웠던 투자자에게 예측이 불가능한 두 개의 전쟁이란 짐이 더해졌다. 그래도 나아가려면 깜깜한 밤엔 북극성을, 짙은 안개가 낀 바다에선 등대를 찾아야 하는 법이다. 투자자에게도 믿을 만한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영 실적이 대표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도 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전날 모처럼 반등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71%(1800원) 오른 6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영향이 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나아진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2조1344억원)도 웃돌았다.
LG전자(066570) 주가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힘입어 2거래일 동안 8.55%(8400원) 상승했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소비재인 가전 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투자자들이 일단 증명된 수익성 개선에 투자를 늘린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역시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다시 경신하면서 주가가 하루 새 7.31%(3만3500원) 올랐다.
실적 발표는 계속 이어진다. 오는 18일 에코프로(086520), 19일 POSCO홀딩스(005490), 20일 현대건설(000720) 등이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도 기댈 수 있는 지표다. 키움증권(039490)은 앞으로 3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에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키움증권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140만주도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의 매수로 곧장 이어졌다. 키움증권 주가는 전날 하루 만에 15.1%(1만4100원) 치솟았다. 키움증권이 유가증권시장에 이전 상장한 2009년 8월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배당 성향이 뚜렷한 금융 종목이 아니더라도 SK가스(018670), 고려아연(010130) 등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한 종목이 올해만 50여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외국인 수급에 따라 요동치는 최근 증시 환경을 고려할 때 순매수 상위 종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집중 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 2350억원, 에코프로(086520) 1310억원, 기아(000270) 770억원, 포스코퓨처엠(003670) 420억원, KT(030200) 390억원 순이다.
증권사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번 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비둘기파(양적 완화 선호)적 발언을 내놓았으나, 당장 이날 한국시각 오후 9시 30분 나오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자신만의 투자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