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코스닥 시장 순매도 금액까지 합치면 2조원을 웃돈다. 다만 외국인은 달러 강세 등에 따른 '셀 코리아(sell Korea)' 기조 속에서도 일부 종목은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투자자가 많은 요즘이다. '큰 손' 외국인의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힌트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조선 DB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6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9월 코스닥 시장 순매도 금액은 1조2208억원이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월별 순매도 금액이 2조원을 돌파한 건 9월이 처음이다.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가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4일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363.5원까지 치솟았다.

고(高)환율에 우리 증시의 매력도가 뚝 떨어진 와중에도 외국인은 몇몇 종목만큼은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9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다. 총 8726억27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영향으로 8월 7979억원이던 삼성전자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달 1조418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외국인의 비중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D램 업황의 방향성이 명확하다"며 "2분기 중 고객사 재고 수준이 상당 부분 낮아졌음이 확인됐고, D램 재고 레벨 역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하는 정황이 포착된 만큼 방향성에 대한 가시성은 확보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반도체 생산지수는 142.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 건 작년 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도 99억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10월(92억달러)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NAVER(035420),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KT(030200), 금양(001570), 우리금융지주(316140), 코스맥스(192820),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 업종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기대한 투자로 풀이된다. 또 일각의 피크아웃 우려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는 점 또한 자동차주 수집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견조한 실적, 배당 매력, 신차(싼타페) 모멘텀 등을 고려할 때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했다.

KT 등 통신주와 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는 고배당주에 속한다. 연말 배당을 염두에 둔 매수로 보인다. 또 이들 종목이 고금리 상황에서 성장주 대비 낙폭이 작은 경기 방어주로 꼽힌다는 사실도 외국인의 '사자'를 부추겼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연간 배당금 3600원을 가정할 때 배당수익률은 8.5%로 높을 전망"이라며 "자사주 매입·소각 1500억원을 포함하면 총 주주환원율은 33%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