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2차전지로 시작된 테마는 반도체, 초전도체를 지나 비만, 중국 단체관광 관련주로 옮겨붙었다. 이미 다음 주도주를 찾아 나선 투자자들도 있다. 테마주 투자는 포모(FOMO·Fearing of missing out) 현상과 맞물리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그러나 최근 테마주는 언제 폭발할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예전에 비해 더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더 많이 오르고, 내릴 땐 더 많이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어제 올랐던 종목이 오늘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하고, 오늘 내렸던 종목이 돌연 내일 급등하기도 한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매매”라고 설명했다.

계속 오를 줄 알았던 종목을 매수했는데 사자마자 해당 종목이 날개 없이 추락한다면, 내가 그 폭탄을 떠안은 셈이다. 내가 운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바보처럼 당한 것이다.

지난 7월 26일 153만9000원까지 올랐던 에코프로는 현재 113만7000원에 머물고 있다. 황제주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26% 하락한 상태다. 최고점이 아닌 140만원 수준에 투자했더라도 현재 수익률은 마이너스(-) 18%가 넘는다. 에코프로가 최고가를 기록한 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POSCO홀딩스(005490)도 당시 고점(76만4000원)과 비교하면 24% 빠졌다.

이 종목들도 언젠가는 다시 전고점을 뚫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2주 흐름만 놓고 보면 투자자들은 과거의 2차전지를 따라잡기보다는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는데 힘을 쏟는 것 같다.

테마주 ‘폭탄 돌리기’ 현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주(7월 27일~8월 10일) 서남의 회전율은 1240.49%로 기록됐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가 된다. 회전율이 1200%가 넘는다는 의미는 주식 1주 당 12회가 넘는 손바뀜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서남의 회전율은 코스닥 전체 평균 회전율(21.26%)보다 58배 높다.

에코프로(086520)도 거래량이 활성화됐던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3일까지 회전율이 90.68%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테마주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 중국 부동산 리스크, 미-중 갈등에 더해 한국의 수출 부진이 더해지면서 코스피지수 탄력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소형주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 변동성 완화 또는 수출 감소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테마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투자법 또한 훌륭한 주식 매매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테마주들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꼭 최고점에서 거래가 터진다. 남들이 빠져나갈 때 새로 유입되는 개인이 너무 많은 듯하다. 테마주 투자를 하더라도 이 종목이 어느 정도 더 갈 수 있을지를 추정하는 본인만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그냥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고, 많은 개인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추격 매수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실패가 여러 번 반복된다면, 테마주 매매가 본인 스타일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아예 가치주 투자로 돌아서라고 권하고 싶다. 가치주에 선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증시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난 뒤에는 가치주 선호 현상이 오랜 기간 이어진다는 예언 같은 격언도 있다. 과거 IT버블이 끝난 후 10여년 동안 가치주 선호 현상이 나타났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