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전혀 모르는 공대 동창들도 요즘 SCHD 얘기를 하더라니까요. 많이 놀랐죠”
최근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SCHD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는 뜻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에서도 이를 인식한 듯 새로운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면서 ‘한국판’ SCHD라고 홍보하고 있다. SCHD가 대체 어떤 상품이길래 그런 걸까.
SCHD는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Schwab U.S. Dividend Equity)로, 쉽게 말해 배당을 콘셉트로 하는 미국의 ETF다. 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을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으로, 10년 연속 배당금을 지급하고 시가총액 5억달러 이상, 일 거래대금 200만 달러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한 종목을 편입한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통신업체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제약 회사 머크 앤 코 등이 대표적인 구성 종목이다. SCHD는 연평균 3~4%대의 배당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 방어주로 구성된 데다 꼬박꼬박 배당금까지 나오니 일석이조인 ETF다. 이런 이유로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SCHD를 1억9109만달러(약252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에 국내 운용사에서도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내놓고 있다. 2021년 10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고배당S&P’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 다우존스’,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등이 출시됐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SCHD의 대항마는 제피(JP 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다. 제피도 SCHD와 비슷한 콘셉트인 배당 ETF다. 주요 구성 종목은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와 마이크로소프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등이다.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방법이다. SCHD는 추종지수를 쫓아가는 패시브 ETF인 반면 제피는 운용역의 역량이 수익률로 이어지는 액티브 ETF다. 제피는 주식 현물을 기초 자산으로 갖고 있으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수익을 지키는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한다. 배당 수익률은 10%에 육박한다. 커버드콜은 리스크를 헤지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 매도 손실이 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경우엔 해당 ETF의 수익이 줄어들기도 한다.
배당 주기도 두 ETF의 차이점이다. 제피는 매월인 반면 SCHD는 분기(3·6·9·12월)다. 배당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현재까지 수익률도 높아 국내 투자자는 SCHD보다 제피를 더 많이 선택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는 제피를 2억45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SCHD와 마찬가지로 국내 자산운용사는 제피와 유사한 ETF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TIGER 미국배당 플러스 3% 프리미엄, TIGER 미국배당 플러스 7% 프리미엄 등 2개의 ETF를 상장시켰다. 두 ETF는 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 3·7% 프리미엄 커버드콜 지수를 추종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축적된 자산을 연금화할 수 있는 월배당 펀드나 리츠 상품, 해외 하이일드 채권 투자 상품의 인기가 높았다”며 “(빠른 고령화를 경험 중인 한국은) 유동성이 높은 월배당 상품, 패시브 투자 관련 상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