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 22일 3만1086.82까지 오르며 1990년 8월 이후 3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열' 양상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한 일본 도쿄 시민이 10일 닛케이225지수를 보여주는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시장 투자자들이 일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도 한몫했다. 버핏은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 스미토모,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무역종합상사 지분을 추가로 더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버핏이 이끄는 버그셔해서웨이는 2020년 8월 5대 종합상사 지분을 각각 5% 이상 사들였고 지난해 가을에는 그 비중을 6%까지 높였다. 올해는 지분율을 7.4%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버크셔해서웨이가 1644억엔(12억 달러) 규모의 엔화 채권을 발행했다는 보도를 근거로 낮은 금리로 엔화를 조달해 고배당 저평가주인 일본 종합상사 지분에 추가 투자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2~13배 수준인데 5대 종합상사는 평균 6~7배에 불과하다. 또 일본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3% 정도인데 5대 종합상사는 그 두 배에 가까운 5% 정도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일본 종합상사 부문만은 아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영토 내로 반도체 설비를 이전하는 전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일본을 아시아 반도체 기지로 삼는 전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자국 내로 끌어들이는 리쇼어링 전략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을 반도체 전략 기지로 삼으려 한다는 의미다.

실제 마이크론 등 일부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 내 움직임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토통신 등 일본 언론은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히로시마현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에 최대 464억엔(4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에 15억 달러(약 2조원)를 지원하고 마이크론은 이 지원금으로 최첨단 반도체 장비인 네덜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구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라며 "일본을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과 대응할 수 있는 체급으로 키워주는 게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중국 정부는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마이크론에 대해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AFP통신은 지난 21일 중국신문망 등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가 위험하다며 법률에 따른 중요한 정보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버핏의 베팅과 미국의 힘 실어주기까지 맞물린 일본 시장은 한동안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투자라고 하면 오롯이 미국 주식만을 생각했던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일본 열도라는 기회의 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