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혁이형 그만 괴롭혀라.”

15일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가 회사에 사표를 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개인 투자자의 수호자인 박 이사가 불온 세력에 의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이다.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금양 이사./뉴스1

수많은 독자로부터 공감받은 베스트 댓글들은 하나 같이 금양을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한 한국거래소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11일, 회사가 공시하기도 전에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계획을 밝히면서 ▲장내 매도 ▲블록딜 ▲교환사채(EB) 발행 등 구체적인 처분 방법을 말한 박 이사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공시 전에 회사의 실적을 일부 증권사 연구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시 전에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의 재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점에서 박 이사 사례와 동일했으나, 개인 투자자의 비판 대상은 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LG생활건강 건과 관련해선 LG생활건강을, 박 이사 건과 관련해선 한국거래소를 손가락질했다.

이런 이중잣대는 개인 투자자의 여의도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이사는 꾸준히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 국내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중 ‘매도’와 ‘비중 축소’ 의견은 6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 넘게 하락했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매수’ 리포트를 남발했다. 개인 투자자의 반감은 리서치센터가 자초한 셈이다.

‘매수’ 리포트 홍수 속에 지난달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가 발간됐다. 몇 없는 리포트라 더 눈에 띄었다. 하나증권에서 발간된 이 리포트는 에코프로를 매도하라는 의견을 담았다. 올해 1분기에만 이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가 383.98% 오르면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위대한 기업이나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중장기 성장은 굳건하나 주가는 과열권”이라고 했다.

간만에 보는 ‘매도’ 리포트였으나 개인 투자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증권사가 언제부터 개인을 걱정해 줬냐는 게 골자였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해당 종목들을 공매도하기 위해 일부러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보가 수익을 가져다주는 주식 시장에서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 증권사 리포트 외에도 자료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진 건 개인 투자자에게 호재다. 그러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시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당장 내일의 시장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객관적인 정보마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특정인에 대한 신뢰는 더욱 경계해야 하는 셈이다.

워런 버핏은 위처럼 말하면서 “내가 하는 말을 들어도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다. 워런 버핏도 이같이 말하는 시장에서 특정인의 말만 믿고 하는 투자는 랜덤 뽑기에 가깝다. 꽝이 나온 후 뽑기를 부추긴 사람을 탓할 순 없다. 뽑기 기계에 돈을 넣은 자기 손만 원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