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종말’ 시대가 도래할까. 전기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다. 그런데 예외사항이 생겼다. 유럽연합(EU)이 2035년 이후에도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차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바로 합성연료인 ‘이퓨얼(e-fuel)’이다. EU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공식 인정한 셈이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EU 에너지 장관들은 203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신차 판매를 중단하는 법에 최종 승인했다. 다만 독일의 요구로 이퓨얼을 사용하는 신차 판매는 2035년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독일은 이에 앞서 이탈리아, 폴란드 등과 연대해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독일 등은 전기차 전환이 급격하게 빨라진다면, 고용 감소 등 타격이 우려된다고 했다. 독일에서 자동차 관련 일자리는 80만여개에 달하는데,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약 30~40만개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은 메르세데스-벤츠, BWM, 아우디 등을 생산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강국이다. 이러한 독일 움직임에 일본, 이탈리아 등도 반기는 분위기다.
독일 정부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목표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놓은 대안이 합성연료 이퓨얼 허용이다. 일종의 ‘유사 가솔린’이라고도 불린다. 가솔린 자체가 탄화수소인 만큼, 수소와 탄소를 조합해 가솔린에 가까운, 연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퓨얼은 수소와 탄소를 합성해 만드는 연료로, 탄소를 대기 중에서 포집해 쓰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일본 도요타 역시 100%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보다는 이퓨얼 연료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차가 전체 탄소 배출량이 더 적고, 연료 효율이 높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싸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기 에너지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퓨얼 관련주에도 모인다. 대표 종목으로는 에쓰오일(S-OIL)이 꼽힌다. 에쓰오일은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탄소경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사업 분야 중에서 수소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소 산업 전반에서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 한 곳으로는 현대차(005380)가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과 함께 친환경 합성연료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업계가 합성연료를 생산해 오면, 기존 엔진차에 적용가능한지를 파악하는 시험이다. 현대차의 합성연료 개발은 내연기관차의 존속 가능성, 고객의 다양한 선택지 제공 등의 차원에서 한 발 걸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수소 등을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현대차 그룹의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부터 판매할 모든 신차를 수소배터리인 전기차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주목되는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은 지난해 10월 액체연료 합성 공정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인피니움’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피니움은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회사로 액체연료 합성 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SKTI는 국내 유일의 석유제품 트레이딩 전문회사로서 이퓨얼 확보 및 보급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도에도 여전히 전기차가 대세인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전기차를 주도하는 곳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비야디(BYD)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전기차 내수시장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자동차, 기아(000270) 등이 전기와 수소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KG모빌리티 역시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이퓨얼 등 합성연료 기반 내연기관차가 같이 갈 확률이 높다. 여기서 수소 역시 새로운 연료 대안으로 다시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