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고 한다면 첫손에 꼽히는 것이 챗GPT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 초안 작성, 작사‧작곡, 코딩 등을 챗GPT에 맡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어떤 기업이 챗GPT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거나 챗GPT를 이용할 것이라는 소문만 들려도 해당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챗GPT와 관련해 당장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국내 업종이 있다면 사이버보안이다. 챗GPT가 해킹 등 사이버 범죄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악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챗GPT를 통해 악성코드나 피싱용 이메일을 만들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식이다.

일러스트=손민균

사실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은 하루 이틀 만에 떠오른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전반적인 산업이 온라인화됐고, 이 과정에서 사이버 공격도 증가했다. 일부 사이버 공격은 개개인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험이 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물리적 전쟁이 사이버상으로도 번지면서 사이버보안 필요성과 수요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구글(알파벳)은 지난해 사이버보안 전문 기업인 맨디어트를 54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앞으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은 정책적인 수혜를 업고 지금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 시각) ‘국가 사이버보안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 거대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사이버보안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이버 공격의 빈번한 표적이 되는 기업과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 모두가 미 정부의 사이버 해킹 근절 노력의 완전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이버보안 예산 증액을 의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사이버보안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가 2022년 1558억달러에서 2029년 2660억달러로 연평균 13.4%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이 사이버보안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예고했는데, 민간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만큼 정책 수혜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샌즈랩(411080), 싸이버원(356890), 안랩, 지니언스, 윈스, 드림시큐리티(203650) 등이 사이버보안 관련주로 분류된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안랩(053800)은 매출액 228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해당 종목을 모아놓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있는 ETFMG Prime Cyber Security ETF(HACK), First Trust NASDAQ Cybersecurity ETF(CIBR)가 대표적인 사이버보안 ETF다. 올해 각각 5%, 7%씩 올랐다. 두 ETF의 차이점은 HACK은 사이버보안 관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시가총액이 1억달러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CIBR은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등록된 기업 중 사이버 보안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포함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