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사이 로봇 관련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선두는 단연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다. 올해 첫 거래일 3만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005930)가 지분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에 주가가 껑충 뛰었다. 지난 16일 삼성전자가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11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연초 5000억원이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1월 중순 단숨에 1조원이 됐고, 16일에는 2조원을 넘었다.

연초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가 급등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로봇은 핵심 테마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뉴로메카(348340)의 경우 연초 주가가 공모가(1만6900원)를 하회했지만, 지난 2개월 동안 꾸준히 올라 현재는 3만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로보티즈(108490), 유진로봇(056080) 등 다른 로봇 업체 주가도 연초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앞으로도 로봇주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강하다. 무엇보다 국내 1위의 협동 로봇 제조사인 두산로보틱스가 연내 상장을 위해 준비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직원이 협동 로봇 ‘RB5’ 작동법을 시연하고 있다. / 조선비즈 DB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탈(脫)세계화로 인해 훼손된 효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로봇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로봇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먹거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정책적인 수혜도 기대된다. 하 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발표했는데, 이 중 인공지능(AI)과 첨단로봇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면 관련 종목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로봇 관련 업체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삼성증권은 로봇 산업의 밸류체인별로 관련 종목을 선정했다. 서비스로봇을 만드는 기업은 로보티즈, 에브리봇(270660), 유진로봇, 인탑스 등이 대표적이고, 협동로봇 분야 기술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가 확보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티보로틱스와 로보스타, 라온테크를 주목할 만하다. 고영(098460)큐렉소(060280)는 의료용 로봇 특화 업체다. 에스피지(058610)와 에스비비테크는 감속기 등 로봇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보유한 두산(000150)도 로봇 테마에 빠지지 않는 종목이다.

최근 로봇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는데 수익률이 높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K-로봇 액티브 ETF’는 기술력 있는 국내 로봇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유일한 로봇 ETF다. 이 ETF는 AI가 관련 종목을 선정한 ‘i셀렉트 K-로봇테마 지수’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LG전자, NAVER, 두산, LG이노텍에 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에스피지 같은 종목도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담아 성과가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로봇이 2020년대를 상징하는 주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로봇 관련주가 크게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로봇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과 달리 주식시장에서 얼마간의 숨 고르기를 피해 가는 종목은 없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