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환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호실적을 올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주당배당금(DPS)을 결정한 이후 배당락일(배당받을 권리를 주는 마지막 날)을 설정할 수 있게 배당 절차를 선진화하겠다고 밝히자 배당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됐다.

다만 배당뿐 아니라 주가 상승을 통한 투자 수익률을 함께 생각한다면 배당은 이전보다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 됐다. 배당을 많이 받아도 높은 가격에 주식을 샀다면 전체 투자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많은 배당을 주는 기업에 미리 투자해놔야 투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많이 배당하는 이른바 '배당 서프라이즈'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열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달이(DAL-e)'가 주주를 맞이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지금까지는 결산 배당을 발표한 전체 기업의 배당 규모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은 배당금을 대폭 늘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005380)는 최근 결산배당으로 총 1조5725억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작년 연간 배당(보통주 기준)은 중간 배당 1000원을 포함해 역대 최대인 주당 7000원으로 책정됐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2년 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늘렸다"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계열사 배당도 50% 이상 증가했다.

전통적인 배당주로 분류되는 통신주와 은행주의 배당도 이전보다 증가할 전망이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LX인터내셔널(001120)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 종합상사회사 역시 배당을 30% 안팎 늘렸다.

배당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뿐 아니라 배당 절차가 개선됐다는 점도 투자자에게 좋은 소식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12월 말 배당락일이 설정된 이후, 이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금을 확정했는데, 앞으로는 3월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 배당락을 설정하게 제도가 개선된다. 배당을 얼마나 줄 것인지 확인한 뒤 해당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배당 정보가 선명해지면서 배당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많은 투자자가 공유하는 정보가 됐다. 적당히 배당을 늘리는 결정은 주가에 호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배당 서프라이즈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부 제공

KB증권은 시가총액과 이익 규모, 기대되는 배당수익률 등을 고려해 배당 서프라이즈를 낼 수 있는 후보 기업을 선정했다. 먼저 시가총액과 이익이 큰 기업 중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SK하이닉스(000660), 삼성SDI(006400),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대표적인 성장주가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배당을 확대하면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한 주주 환원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KB증권은 이런 측면에서 크래프톤(259960), 삼성엔지니어링, 한솔케미칼(014680), 신세계(004170)를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오스템임플란트, JYP엔터테인먼트, 덴티움, 메디톡스, 솔루엠, 피엔티도 주목할 만하다.

증권사는 또 시가총액 대비 이익 규모가 커 배당 여력이 넉넉한 기업 중 SK스퀘어(402340), 이마트(139480), DB하이텍(000990) 등이 높은 배당 정책을 발표하면 주가가 껑충 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