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2.20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9월 14년 만에 1400원 선을 돌파했던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도 최근 1200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한 때 15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던 원·달러 환율은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달러 가치 상승을 부추기던 요인들이 희미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기대인플레이션 등 미국 시장의 주요 지표가 호전되면서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압력은 크게 줄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금리 인상을 종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뚜렷하게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고금리로 인한 경기 위축도 서서히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만한 경기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종료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하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내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단 관측도 내놓는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이와 달러를 비교해보면 달러는 추가 하락 압력이 남아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이가 130bp(1bp=0.01%p)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달러지수는 95p 내외로 하락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한국 수출 회복 등이 더해지며 원·달러 환율은 1170원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마무리 기대감과 중국 경제 재개 낙관론이 달러화를 끌어 내리고 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날을 세우지 않는다면 환율 하락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약달러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통상 달러 약세 수혜주로는 철강, 화학, 조선 등 경기민감주를 꼽힌다. 달러 약세에 이은 원자재 가격 반등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POSCO홀딩스(005490)와 대한유화(006650) 등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POSCO홀딩스는 달러 약세에 따라 상품가격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유화의 경우 에틸렌-납사 스프레드가 2018년 최대 600달러에서 현재 200달러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방향성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경우에 대해선 신중론을 제기했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시계를 넓히면 환율은 하락하겠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 125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