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가 설 연휴로 휴장한 사이, 23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업체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AMD 주가가 10% 가까이 올랐고, 퀄컴, 엔비디아 주가도 6~7% 넘게 올랐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바클레이즈는 반도체 제조업체 AMD, 퀄컴,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스카이웍스 솔루션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동일 비중(Equal 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일제히 상향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는 기존 170달러에서 250달러로 크게 끌어올렸다.
바클레이즈는 "이들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3개월 전(2022년 10월) 기록했던 13년 만에 최저치로 다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영향으로 반도체 분야의 수혜가 예상되고,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 증가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업체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술주의 핵심인 반도체 업체는 지난해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고, 작년 9~10월 글로벌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떠안은 엄청난 양의 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2024년에야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한 바클레이즈조차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업체에 더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라며 "관련 산업의 조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런데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바클레이즈의 경우처럼 반도체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주가는 업황을 최소 6개월 이상 먼저 반영한다"며 "업황이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평가되는 올해 1분기가 반도체주를 매수하는 적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런 전망에 힘입어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주가 큰 폭 반등했다. 새해 들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며 어닝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를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해 5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6만1000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이달 들어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다만 업체별로 주가 반등폭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낙폭이 컸던 반도체주가 대체로 상승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주가가 상승하려면 그만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클레이즈가 언급한 반도체 업체들만 해도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탄탄하게 확보한 업체들이다. 바클레이즈는 "AMD나 엔비디아의 경우 몰입형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를 구축하는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메타플랫폼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엔비디아의 경우 그래픽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지난해 처음 발표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