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모주 투자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상장 예정 기업을 꼼꼼히 따진 후 수요예측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당장 이익이 나고, 공모 규모가 작으며 상장 후 유통주식 수 비중이 크지 않은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흥행하고 있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제공

통상 공모주는 상장 당일 주식을 매도하는 게 가장 나은 성과를 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 기업들이 더 많은 공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가치가 가장 높을 때 상장에 나서기 때문이다. 상장 후 새내기주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뉴스가 주기적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 당일 공모주를 매도할 경우, 수익률은 높지만 실제 수익은 소액에 불과하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이 예상되는 종목은 대체로 청약 경쟁률이 높아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한정적이어서다. 즉 개인투자자의 경우,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적이어서 수익률이 높아도 수익 규모는 작은 셈이다.

만약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기업들을 상장 후 매수하면 어떨까?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2일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기업가치를 낮춰 상장한 기업이 상장 후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같은 가정을 기반으로 IPO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석한 결과,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기업들이 상장일 이후에는 더 나은 성과를 시현했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2013~2021년 중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종목을 상장일 종가로 매수하고, 1년이 지나 매도했을 때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 대비 5.5% 부진했다. 반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종목들을 같은 방식으로 거래했을 때는 16.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형·유경하 연구원은 "신규상장주 투자에서도 역발상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선 수요예측 부진 종목의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 상장 초기에 내재가치보다 낮게 거래된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관성이 높진 않지만,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과를 받은 종목이 속한 업종 역시 바닥 부근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향후 업종 반등 국면에서 비교적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간 설정을 2013~2021년으로 길게 잡았고,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서 3000선까지 오른 점 등은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