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내 공매도 공포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장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두고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조치 도입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일러스트=김성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국내 주식 시장(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9293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 시장만 보면 이달 기준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780억원으로 8월(3494억원), 9월(4907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늘고 있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7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200 종목 공매도 비율(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율)이 지난 13일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1년 평균값을 기준으로 보면, 10월 11~14일 한 주 간의 공매도 비율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2019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급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현재 시장이 하락 쪽으로 상당히 쏠려 있다는 점"이라며 "2019년 5월 공매도 급증 당시 시장은 한 달 뒤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해 8월에 저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코스피 반등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과 함께 나타난 만큼 당장은 비슷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공매도(空賣渡)는 한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라는 뜻이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공매도 관련 소식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공매도 금지는 증안펀드 조성과 더불어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 중 하나다. 정책 타이밍은 물론 실제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들은 자신이 산 주식 공매도 잔고가 늘면 괜히 불안한 마음에 샀던 주가가 조금만 휘청여도 팔아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자체가 그렇지 않더라도 '공매도가 늘었다, 불어났다' 등 관련 소식이 주가 하락을 유도한다"며 "이런 문제를 억제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주식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 공매도 증가로 주가 하락이 가속화하고,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진행된 여러 실증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공매도 금지 기간에 오히려 시장 유동성이 악화되고, 적정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공매도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당장 증권가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조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등 관련 조치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론을 견지하는 것과 달리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어떠한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탓이다. 시장 일부는 원장의 발언을 공매도 전면 금지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7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 공매도 적발, 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서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정책 결이 크게 다르다고 보진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공매도로 인한 시장 교란 우려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는 정책을 기안하다 보니 신중한 것이고, 금감원은 감독기관으로서 시장 안정이 제대로 안 되면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가가 하락할 때 금융위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공매도 금지와 증안펀드 조성 두 가지"라며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는 타이밍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은 지금 바로 시행하라고 주장하지만, 당국은 타이밍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총알이 두 발뿐인 상황에 두 가지가 동시에 시행되는 경우는 드물고 만약 시행을 한다면 공매도 금지를 먼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지금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건 공매도가 아닌 불안한 거시 환경"이라며 "공매도 금지로 인한 안정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는 주가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패닉 상태로 추락할 때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쓰는 수단"이라며 "최근 증시 움직임은 (앞서 말한 것처럼 폭락한) 2008년 금융위기 등 상황과는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유형을 확대하고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 배율, 공매도 비중 평균이 일정 수준을 넘는 종목에 대해 다음날 하루 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지난 7월 금융위 등 관계기관이 발표한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의 후속 조치다.

거래소는 이번 개정으로 주가 하락률 3%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30%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2배를 기준으로 하는 공매도 과열 종목 유형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고 공매도 금지일에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금지 기간이 다음 거래일까지 연장되는 규정도 새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