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더블유씨피(393890)(WCP)는 상장 첫날 4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를 당초 기업의 희망 가격보다 25% 하향 조정해 6만원으로 낮췄지만, 이 공모가보다도 더 낮은 주가를 형성한 것이다. 더블유씨피는 아직도 4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는 4만1100원이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의 대어(大魚)라며 기대를 모았던 기업이라 투자자들의 실망은 컸다.
공모 직전 상장 철회를 택한 기업들도 있다. 하반기의 또 다른 IPO 대어로 기대감을 모았던 골프용품 유통업체 골프존커머스는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 2주를 남기고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카카오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과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전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국내 새벽 배송 시장을 개척한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상장도 자본시장의 관심사다. 이달 초 컬리가 상장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컬리는 보도 해명 자료까지 내며 상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많은 투자자가 '컬리가 정말 상장할까?'를 묻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회사의 공식 대답이다.
증권시장이 악화하면서 공모주를 투자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추려보면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어떤 기업이 철회를 하지 않고 상장을 강행할지, 그리고 공모가격은 얼마나 낮춰질지, 상장 후 주가는 어떨지이다.
그런데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조금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바로 상장을 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이 시점에 왜 상장하려고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시장이 금리 인상에 따라 빠르게 경색되고 있고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데도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기업들을 주목해 봐야 한다"라며 "이런 기업들은 지금 꼭 상장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운영자금 등 현금이 부족해 돈이 급한 기업들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공모가격을 낮춰서라도 상장하고 현금 상황이 여유로운 기업들은 급한 것이 없어 상장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상장 강행 의사를 밝힌 컬리의 경우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이 1조285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 규모도 2177억원으로 전년보다 87.3%(1015억원) 증가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월 22일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공모가로 상장한 차량공유업체 쏘카도 올해 1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이 785억6000만원이었는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709억4900만원인 상태에서 상장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 분)은 오대수(최민식 분)를 15년 동안 가뒀다가 풀어준 후 오대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이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우진의 말대로 문제의 본질을 보려면 그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본시장에 적용해보면 상장하려는 기업들의 상장 시기나 공모가 수준, 상장 후 주가 수준에 대한 질문보다 그 기업이 지금 꼭 상장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수준은 어떤지를 먼저 파악해본 후 공모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 주가 지수가 하루에도 몇 퍼센트씩 오르내리는 험악한 시기다. 상장 기업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도 혹시 내가 자꾸 틀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