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 인상하는 것)을 밟을 전망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를 올리게 되면 미 기준금리는 즉시 4%에 올라서게 된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화한 요인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주거비·운송·병원료 등 근원물가(에너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가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며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준 입장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하루라도 빨리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 증시에는 더 큰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 치솟는 주거비에 근원CPI 40년 내 최고치 경신
13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하며 8월 상승률(8.3%)보다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근원CPI는 6.6% 오르며 8월(6.3%)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전망치(6.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헤드라인CPI의 상승세는 3개월 연속 둔화됐으나, 근원CPI는 주거비·운송(항공·렌터카 등), 헬스케어(병원비·보험료) 등을 중심으로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9월 근원CPI의 세부 항목 중 주거비는 전월 대비 0.7%, 운송비는 1.9% 상승했다. 헬스케어 물가는 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체 CPI에서 주거비의 기여도는 33%에 달한다"며 "임금 상승 때문에 임대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시 내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하며 주거비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만큼, 10월에는 에너지를 포함한 헤드라인CPI가 다시 상방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개월째 유가가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9월 에너지의 CPI 하락 기여도는 7~8월 대비 절반으로 낮아졌다"며 "유가가 9월 말부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10월에는 에너지가 CPI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11월물 선물 가격은 9월 말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9월 26일까지만 해도 76달러대에 그쳤으나, 이달 7일 92달러를 넘었다. 열흘도 안 돼서 20% 넘게 급등한 것이다. 두바이유 선물 가격 역시 같은 기간 17%나 올랐다.
◇ "오늘 반등은 영국發 호재로 인한 숏커버 물량 때문…다시 하락할 것"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11월 2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는 기준금리의 75bp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9월 CPI 발표 이후 시장에서 바라보는 자이언트스텝 확률은 대폭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10월 기준금리를 75bp 올릴 확률이 95%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일주일 전(81.1%)과 비교해 큰폭으로 올랐다. 반면 금리를 50bp만 올리며 '빅스텝'에 나설 확률은 일주일 새 18.9%에서 0%가 됐다.
CPI 발표 이후 미 뉴욕 증시와 코스피지수가 나란히 급등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일시적 반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고물가가 재차 확인된 상황에서 FOMC를 앞두고 있는 만큼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13일(현지 시각)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60%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3% 올랐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 오른 2212.55에, 코스닥지수는 4.09%나 급등한 678.24에 장을 마쳤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국이 감세안 철회를 소득세에만 국한하지 않고 법인세에도 적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파운드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이 때문에 공매도 숏커버링(환매수) 물량이 유입되며 증시가 반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CPI가 높다는 것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한 반면 영국의 감세안 철회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며 "숏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이 워낙 많은 만큼, 감세안 철회 같은 호재가 하나 생기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증시 반등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1월과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씩 더 올릴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다음 달 FOMC 전후로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도 "오늘 국내 증시는 물가 우려가 선반영됐다는 인식 속에서 반등했지만, 최근 반도체주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계속 유입된 만큼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점과 거래대금이 1월과 비슷한 수준인 6조원대까지 감소하며 수급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