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 장기화,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독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한·중·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국내 증시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를 뒷받침하는 대형주가 줄줄이 휘청대면서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점차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40포인트(0.47%) 오른 2202.47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0.77포인트 하락하면서 2200선이 무너졌으나, 오늘은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소폭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반등이 증시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30일(2155.49) 이후 5거래일 만인 11일 종가 기준 2200선 아래로 무너졌다.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상위에 머무르는 자동차, 반도체주가 폭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날 코스닥지수는 4% 넘게 밀린 669.51에 마감했다. 이는 2020년 5월 7일(668.17) 이후 최저치다.

여러 악재가 맞물린 결과였다. 미국에서 9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소식이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자동차주는 글로벌 수요 둔화 전망에 4~5%대 약세를 보였고, 반도체주의 경우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기업 규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강(强)달러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것(원화 가치 하락)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전날 서울 원화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22.8원 상승한 14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환율은 1438원까지 뛰기도 했다. 일일 상승폭으로는 지난 2020년 3월 19일(40원 상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 약세는 두드러진다. 전날 종가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약 10.5%, 코스닥지수는 약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8.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 등락률로만 보면 미국 나스닥(15%)과 맞먹는 수준으로 닛케이, 상하이지수와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대형주 업황에 대한 우려가 지수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총 1, 2위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가 주력하는 반도체 D램 시장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상태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실적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것이 전체 시장에도 악영향이 준다는 지적이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2022)에서 참관객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내 주식 시장 시총은 600조원 이상 증발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2500조원대에 머무르던 전체 시장 시총은 6월 말 2095조원으로 하락했고, 지난달 말에는 1900조원대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316조원) 시총은 150조원, SK하이닉스(60조4969억원) 시총은 33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때 전체 시장에서 두 회사 시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코스피는 기술적으로 변동성 정점을 아직 지나지 못한 상태"라며 "변동성을 더할 요인들이 여기저기 깔려있다"고 했다. 그는 "연준 긴축 경계감에서 파생된 요인들이 대부분이지만 반도체를 사이에 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점은 국내 증시 투자자들에게 있어 불편한 이슈"라며 "과거에도 G2 분쟁 속에 한국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된 경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만 증시의 상대적인 약세도 반도체주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낙폭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설득력을 더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대만 자취엔지수는 12% 하락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와 유사한 등락률로 일본 닛케이와 중국 상하이지수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자취엔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올해 3분기 매출 기준 TSMC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세계 매출 1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대외 수출 의존도 역시 증시에는 악재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긴축 기조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다. 경기 침체가 수요 둔화를 야기하면 수출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수급 영향을 많이 받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특수성도 반영됐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부진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향후 기업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노 연구원은 "강달러로 주요국 대부분이 연초 이후 환율 평가절하 문제를 겪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컸다"며 "미국 달러 지수와 여타 주요 선진국 대비 국내 시장의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부터 높은 역의 관계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유가증권 시장 전체 시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일본, 대만 시장과는 유사한 수준이지만 중국 시장과 비교하면 한참 높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중국 본토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약 5%로 전체 증시 흐름을 좌우할 만한 주요 변수가 되지 않는 반면,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