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각),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0.75%포인트) 인상하며 올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거인의 발’은 미 뉴욕 주식시장 뿐 아니라 우리 증시도 짓밟고 지나갔다. 코스피지수는 FOMC 직후 이틀 간(22~23일) 50포인트 하락하며 2300선을 내줬다. 23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7월 15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KB증권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125bp(1.2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지금,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과 혼란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금융 업종 애널리스트 출신인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에 대해 “주식 가격이 저렴해진 것은 맞지만 아직은 ‘저가 매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내년 상반기는 돼야 증시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당분간 현금을 보유하거나 주식 비중을 낮추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유 센터장을 만났다. 유 센터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물가와 경기 전망에 대한 시각,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의 향방, 하락장에서 선방할 수 있는 종목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9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다시금 확인됐다. 올해 말까지 우리 증시의 향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연말까지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고용이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 연준이 경기를 우려해 긴축 강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내년 1분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전까지는 연준이 긴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다.”

-올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계속 제기돼왔다. 현재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했다고 보는지.

“약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단계로 보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단기 금리와 시장의 상관 관계는 대체로 매우 높다. 국채 단기 금리(미 국채 2년물)가 진정돼야 주식시장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금리가 오르면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이 전년 대비 역기저효과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작년 상반기 경기 부양책 때문에 유동성이 확대되지 않았나. 내년 1분기부터는 역기저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역성장이 아닌,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이 악화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미국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 다시 75bp(0.75%포인트) 인상해, 14년 8개월 만에 3%를 넘게 됐다.

“자이언트스텝은 그동안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해오지 않았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서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한 기준금리 전망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9월 회의에서 100bp(1%포인트)를 인상할 확률은 기준금리 발표 전날까지 20% 밖에 안 됐다. 지금까지 20% 확률의 시장 전망치가 현실화한 전례는 없었다.

다만, 점도표(연준 이사와 연방은행 총재들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 금리를 점으로 찍은 표)는 파격적이었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4.375%까지 올랐다. 종전 전망치보다 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연준이 11월에 75bp, 12월에 50bp를 더 올려서 연말에는 미 기준금리가 4.5%에 도달할 것 같다. 내년 1분기에도 추가로 25bp 올려서 4.75%가 터미널레이트(금리 인상의 한 사이클에서 도달하는 최종 금리)가 될 것으로 본다.”

-우리 증시에 대한 악영향도 불가피할 것 같은데,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2200과 2650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FOMC 전까지만 해도 6월 전저점(2276.63)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수요를 통제해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경기 등 매크로(거시) 환경이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주가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저평가 받는 현상)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평균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싶다. 우리 증시가 저가매수를 할 만큼 매력 있는 수준이 됐다고 보는지.

“밸류에이션을 산정할 때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성장성과 주가 할인율의 함수다. 현재 우리 증시는 할인율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돼 밸류에이션이 과하게 조정된 상태다. 할인율(금리)이 연준이 말하는 것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반영된 것 같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현재 PER이 낮다고 무조건 저가 매수를 권유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은 저가 매수에 들어가기보다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 낫다.”

-연말로 갈 수록 증권사들의 기업 실적 전망치가 지금보다 더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럴 것으로 본다. 올 상반기에는 일종의 ‘화폐환상(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치가 아닌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요시하는 현상)’이 있었고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제조 업체들은 원재료 재고를 미리 확충해 놓기 때문에, 원재료비의 상승은 2개 분기 이후 기업 실적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원재료 가격이 올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만큼, 3분기 실적에는 원재료 값 상승분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3분기부터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 기업 실적 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기업들의 연말~내년 이익 전망치가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것으로 보나.

“지난 달까지만 해도 4분기 평균 환율을 1360원 정도로 봤다. 그때로서는 굉장히 높게 산정한 전망치였다. 그러나 최근 4분기 환율 평균 전망치를 141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고 145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연 평균 1340원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내년 말에는 128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대외적 요인은 긴축, 국내 요인은 무역 수지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세계화 시대에 큰 수혜를 봤으나, 탈 세계화 시대에서는 그동안 받았던 수혜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거나 무역 수지가 안 좋아지는 나라들은 강달러 국면에서 통화 약세가 특히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9월 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FOMC 이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으며, 앞으로 금리 차가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다. 우리 증시에서 외자 유출이 더 가속화할까.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이 외자 유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많으나, 실제로 2011년 기준금리 역전 시기에 우리 증시에서 돈이 그렇게 많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신용등급이 비슷한 나라로 프랑스, 영국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채금리가 그 나라들과 비교해 여전히 높다. 신용등급이 같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국채의 투자 매력이 큰 것이다.

또 한국은행 총재가 한·미 기준금리 차이를 최대 100bp(1%포인트)까지 용인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 저변에는 양국 금리 차가 100bp까지는 확대돼도 외자 유출이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9조원이 빠져나갔다. 다른 때와 비교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수급 상황에서는 큰 금액이다. 과거에는 1년 동안 20조원이 빠져나가거나 들어온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급 규모가 작기 때문에 9조원 정도면 상당한 규모다.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외국계 자금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원화가 강세로 전환한다고 생각할 때다. 환차익을 보고 들어온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005930)의 실적이 좋아질 때다.

그런데 반도체 가격이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으며 재고 조정이 올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삼성전자의 실적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 중 최악의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반등이 내년 상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 증시는 삼성전자가 잘 돼야 외자의 유입도 늘고 여러 가지 선순환이 일어난다.”

-하락장에서 주가 방어력이 그나마 좋은 종목은 무엇일까.

“고배당주에 투자하거나,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것이 통신주다.

또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은 탈세계화 속에서 자국 중심의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만들고 싶어한다. 미국의 우호국 기업 중에서 이 밸류체인에 들어가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반도체와 2차전지다.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자력)’을 증시 주도 테마로 많이 언급하는데, 나는 그중 2차전지 관련주가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 폐배터리, 리사이클 관련주는 계속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성일하이텍의 경우, 냉각된 시장에서도 공모가의 2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인력 고용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관련 종목도 유망할 것이다.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면 노동시장의 비용이 절감되고 인플레이션도 낮아질 수 있다. 로봇에는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반도체 업종도 함께 수혜를 볼 수 있다.”

-요즘은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주식과 채권의 적절한 투자 비중은.

“원래 주식과 채권의 황금 비율은 6대4다. 그러나 지금은 5대5 비율이 더 좋다고 본다. 채권 투자를 늘리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시장 금리는 내년 상반기 중 고점을 지날 것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 금리를 올리려면 경기가 굉장히 호황이어야 하는데, 그러긴 어렵다. 내년 말에는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져(채권 가격이 높아져) 있을 것이다. 채권 투자 최적의 타이밍은 금리가 정점일 때다. 할인율도 높고 채권 가격 상승 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 외에 추천할 만한 투자처는.

“리츠 투자도 괜찮은 대안이다. 주택용 부동산은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오히려 투자 매력이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전망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른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워낙 많지 않나.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투자처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미국 주식이 그나마 주가 방어력을 가질 것이다. 연초와 비교해 환 차익만으로도 20%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환을 오픈해놓고(환헤지를 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 환헤지를 하게 되면 달러화 강세 효과를 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하는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는 피해서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 서학개미들의 최선호주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였다. 현 주가 수준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테슬라 주가는 현재 저평가돼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 애플, 메타, 넷플릭스가 많이 거론되곤 하는데, 나는 메타나 넷플릭스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메타는 매출액이 줄고 성장성이 많이 떨어졌으며, 넷플릭스도 신규 가입자가 순감하고 있다.

반면 애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 상품군 가운데 고급(하이엔드) 모델 비중이 50%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6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마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