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그림자에 전 세계 증시는 얼어붙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0.84% 상승에 그쳤으며, 코스닥지수는 0.43%밖에 오르지 못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를 포함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줄줄이 주저앉고 있다.
그러나 약세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강세 흐름을 보인 종목들이 있다. 일명 '태조 이방원'이다. 태조이방원이란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전을 합친 증권가 신조어다.
'태조이방원'이라 불리는 종목들은 하락장 속에서도 고공행진 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20%에 육박한다. 태양광 관련주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은 35.6% 급등했으며, 한화솔루션(009830)은 20% 상승했다.
조선주에 속하는 현대중공업(+14.8%), 삼성중공업(010140)(+6.23%), 한국조선해양(+14.76%) 현대미포조선(+19.02%)은 평균 13%의 수익률을 보였으며, 방산주인 현대로템(064350)(+14.12%),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26.4%), LIG넥스원(079550)(+20.45%)은 평균 수익률이 20%에 달했다. 이차전지 관련주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9.6%)과 삼성SDI(006400)(+5.10%), 포스코케미칼(+27.76%)도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도 8.5% 올랐다.
태양광 및 이차전지 업종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각종 지원을 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정책적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 및 방산 업종은 지정학적 리스크 속 수주 호황 덕에 주가가 상승했으며, 원전은 국내 정책적 수혜 기대에 주가가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5798억원 이상 사들이며 해당 기간 순매수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SDI는 그다음으로 많이 순매수했다. 그 밖에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미포조선, 포스코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태조이방원' 종목들에 외국인 매수 자금이 집중됐다. 이들 종목은 모두 해당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 15위 안에 들어있다.
증권가에서는 '태조이방원'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태조이방원'의 강세는 일반적인 매크로 현상에서의 수요·공급이 아닌 정책·정치적인 현상에 따른 수요·공급으로 봐야 한다"면서 "'태조 이방원'은 단기 테마 성격의 과열이 아닌, 투자의 시대가 낳은 산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하 연구원은 "그래도 '태조이방원'의 열기가 꺾이는 시기가 결국 올 것"이라며 "중국의 정책이 본격화하는 시점부터는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정책이 바뀔 수 있으며, '태조이방원'에서 다른 주도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조이방원은 실적과 정책 모멘텀, 인플레이션 리스크 헤지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종목 대안별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태조 이방원'은 이미 충분히 알려진 테마주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할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어떠한 주식도 철저히 분할 매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