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잔고(투자자가 공매도를 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가 6개월 전인 3월 초 수준으로 감소했다. 공매도는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다음 저가에 사서 갚는 거래 기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공매도 기법을 활용하면 그만큼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공매도잔고는 투자자들이 숏커버링(환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을 때 줄어든다.
국내 공매도시장의 '큰손'인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숏포지션의 청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공매도잔고의 감소가 주가 반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최근 공매도잔고가 대폭 줄어든 종목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공매도잔고는 10조5551억원이었다. 약 반 년 전인 3월 7일(10조5328억원)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공매도잔고는 5월 초 12조6000억원을 넘으며 최대치를 찍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왔다.
통상 숏커버링은 주가 부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재료로 간주되지만, 최근에는 공매도잔고의 감소와 주가 간 상관 관계가 매우 약했다. 공매도잔고는 줄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떨어진 종목들이 대다수였다.
조선비즈 분석 결과, 석 달 전(5월 30일) 공매도잔고 상위 30개 종목 중 3개월 후(8월 29일) 공매도잔고가 감소한 종목은 22개에 달했다. 특히 CJ CGV의 경우 공매도잔고가 499억원에서 116억원으로 급감했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잔고 비중은 4.36%에서 1.2%로 대폭 낮아졌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공매도잔고가 3274억원에서 1362억원으로 줄었고, 시총 대비 공매도잔고 비중은 5.29%에서 2.56%로 낮아졌다. 효성첨단소재, 포스코케미칼, 호텔신라, 만도 역시 최근 석달 간 공매도잔고가 크게 줄어든 종목들이다.
그러나 이들 종목의 3개월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석달 동안 공매도잔고가 감소한 종목 22개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5개 뿐이었다. 나머지 17개 종목은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J CGV, 효성티앤씨, 금호석유, 롯데관광개발, 아모레퍼시픽, 한샘의 주가 하락률은 20%가 넘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빠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경우,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것에 대비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숏커버링이 많이 이뤄졌다 해서 꼭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증시는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상승곡선을 그린 바 있다. 코스피지수는 7월 6일 저점을 찍은 후 8월 16일까지 10.5%나 올랐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반등이 숏커버 수요를 자극한 것은 맞으나, 역으로 숏커버 증가가 증시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염 연구원은 "공매도 상위 기업들의 주가가 (숏커버링 증가 이후) 오르지 못했던 만큼,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우리 증시의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보다는 유럽계 자금의 매도세 둔화와 장기 뮤추얼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미국계 자금 유입이 코스피지수의 반등을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로 갈수록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염 연구원은 "배당락일(12월 29일) 전까지 원주를 보유한 사람이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빌렸던 주식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 만큼, 연말을 앞둔 11월부터는 숏커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11월 초부터 일부 기관들의 조기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이 이뤄진다"며 "장부 마감에 앞서 숏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