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돌연 플레이스테이션(PS)5 콘솔 가격을 올렸다. 1993년 오리지널 PS를 출시한 후 처음 내린 결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음에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소니의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5'.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PS5 가격은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6~10%나 인상됐다. 유럽에서는 499.99유로(약 66만7000원)짜리 제품이 549.99유로(약 73만4000원)로 올랐다. 소니의 본고장 일본에서는 4만9980엔(약 48만9000원)짜리가 6만478엔(약 59만2000원)이 됐다. 구매를 고민해온 소비자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소니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살 각오까지 하며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폭등(엔화 가치 하락)하자, 제품 생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미 달러화의 패권 강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일본은 긴축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2016년 1월부터 6년 반동안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고수하고 있어, 엔화의 약세 압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현재 136엔을 넘었다. 연초와 비교해 18% 가량 높은 수준이다.

통상 엔화 가치의 하락은 일본 기업들에 호재로 해석돼왔다. 일본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고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해 공급망 병목 현상과 반도체 품귀가 심해진 가운데 미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가 폭등하자, 일본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급증하며 엔저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PS5가 출시됐던 2020년 11월에는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105엔 수준이었다"며 "그 때와 비교해 지금은 PS5의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영국의 저명한 애널리스트 펠햄 스미더스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 소니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PS5 한 대당 1만5000엔(약 14만7000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소니도 경쟁사 MS는 매우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MS 엑스박스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 중인 미국에서는 PS5 판매가를 올리지 않았다. 소니는 PS5를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2170만대 팔렸으며, MS의 엑스박스 시리즈X는 같은 기간 1500만대가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