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NFT라는 콘돔회사 주식이 지난해부터 주기적으로 새로운 테마주로 묶이면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변동성을 키우는 사이 실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8일 블루베리NFT는 전날보다 90원(3.81%) 상승한 2455원에 거래를 마쳤다. 11일에도 현재도 이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2일 종가(3555원)와 비교해 약 2주 사이에 31% 이상 하락한 수준으로, 당시 블루베리NFT는 29.98% 급등한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인 1월 3일 종가가 4215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42% 하락한 셈이다.
최근 블루베리NFT가 급등한 건 원숭이두창 테마주로 묶이면서다. 블루베리NFT는 콘돔, 장갑 등 라텍스 고무제품을 주로 생산하는데, 매출의 40% 가량이 콘돔에서 나온다. 지난달 국내 첫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보고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 예방을 위해 콘돔 사용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수혜 기대감이 커졌다.
원숭이두창 이슈 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스크, 가상자산 관련주에 이름을 올리면서 주가가 뛰었다. 회사는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필터 및 마스크 생산설비를 새로 도입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KF AD(4.54%), KF-94(4.09%) 등 마스크는 8%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베리메타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 관련 자회사를 세워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프로축구리그, 프로야구협회 등과 계약을 맺고 소속 운동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NFT로 발행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 기여도는 0.17%로 미미한 수준이다.
NFT가 아닌 가상자산 채굴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지난해 블루베리NFT 외부 감사를 맡은 한길회계법인은 가상자산 채굴사업으로 인한 회사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내용을 포함한 감사의견을 냈다. 한길회계법인 측은 "가상자산 불확실성이 자회사의 대여금 회수가능가액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블루베리NFT 실적은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5억5733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23억2843만원), 2020년(8억3459만원)에 이어 3년 연속 영업 손실이다. 당기순손실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317억6264만원으로 2019년(36억428만원), 2020년(266억6690만원)에 3년 연속 증가했다.
만약 올해도 회사가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코스닥 상장사를 기간에 따라 관리종목(4년 연속), 상장폐지 대상(5년 연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블루베리NFT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8억9566만원, 38억8302만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블루베리NFT의 잦은 전환사채(CB) 발행이 우려스럽다는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채권으로,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다.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차익을 낼 수 있는데, 통상 신용도가 낮거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등 메자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인식이 있다.
더욱이 연초 이후 증시가 낙폭을 키우면서 블루베리NFT를 비롯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당 가격인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리픽싱)했다. CB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이나, 전환 가능 주식 물량(유통 가능 주식 수)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이 보유 중이던 주식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리픽싱에도 주가가 낙폭을 키우거나, 실적이 악화하면 CB 투자자의 원금 상환 여부도 보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