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는 올해 하반기 자동와 2차전지(배터리) 업종이 가장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높은 수요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 불확실성이 조금씩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목받는 모습이다. 개별종목 중에서는 기아(000270), 현대차(005380)를 최선호주를 꼽는 리서치센터가 가장 많았다.

1일 조선비즈가 국내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증시와 관련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업종별로 전망을 취합했다. 최대 3개 업종까지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증권사들은 자동차 산업(6명)이 향후 가장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와 함께 2차전지 산업(6명)도 유망하다는 평가다.

그래픽=이은현

센터장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만큼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의 매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성장주는 미래 현금흐름, 유동성을 토대로 그 가치가 평가 받는 반면, 가치주는 지금의 현금흐름과 실적이 가치를 판단하는 기반이 된다. 자동차, 금융, 통신, 조선, 철강 등이 전통적인 가치주로 분류된다.

최근 주식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에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업종의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며 “반도체 공급난도 점차 해소되면서 주가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매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신차 모멘텀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 업종이 유망하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렸다. 전기차 생산 확대로 수요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동안 전반적인 지수 흐름과 비교해 변동성이 덜했던 2차전지주는 최근 신규 투자 계획 보류라는 악재가 터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중심으로 낙폭을 키우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필수소비재, 조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가 주목받았다. 모두 응답 횟수가 3회 이상으로 집계된 업종이다. 필수소비재 중에서 음식료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일부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고, 신재생에너지, 조선 업종은 국내외 정책 수혜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태양광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다른 업종과 달리 비용 이슈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선은 노후선 교체와 환경규제 대응 모멘텀이 있고, 새 정부의 신해양강국 건설 의지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은현

업종이 아닌 종목을 제시하지 않은 KB증권을 제외한 15개 증권사가 꼽은 최선호주는 기아(6명)다. 현대차 응답 횟수가 5명으로 뒤를 이었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엘앤에프(066970)는 4명의 리서치센터장이 최선호주라고 응답했다. 응답 횟수가 3명 이상인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이노텍(011070), 현대중공업, LG화학(051910), KT(030200)다.

실제 최근 기아 주가는 지수 대비 변동성이 덜한 편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기아는 약 6.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2%, 28.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경우 14.3% 하락했고, 지난 1월 27일 상장일을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6.5% 빠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3% 밀린 가운데 엘앤에프는 0.7% 상승했다.

한편, 증권가가 예상한 하반기 변동성 또는 리스크가 큰 업종으로는 에너지, 증권, 제약·바이오 등이 꼽혔다. 에너지는 향후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논의를 주목하며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과 제약·바이오는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 부정적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높아진 밸류에이션에 대한 재평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유가와 정제마진 방향성에 따라 에너지 업종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유가가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둔화 정도에 따라 원유 수요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주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고, 증시 거래대금 감소 우려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트레이딩 부문 손익 역시 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