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특히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조3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2차전지주의 하락은 외국인들 때문이다. 오는 10일(한국 시간)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장기국채 금리가 오르자, 금리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술 성장주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래픽=손민균

이날 LG화학은 전날보다 4.96% 내린 5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66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2일 장중 한때 60만원까지 올랐으나 상승분을 다시 반납한 상태다.

삼성SDI는 전날보다 5.8% 하락한 53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512억원을, 국내 기관이 381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SDI는 지난 달 23일 61만원을 넘은 이후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차전지 관련 기업들도 이날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 시총 1위 업체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전날보다 3% 가까이 내린 48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엘앤에프(066970)는 4%, 천보(278280)는 3% 하락 마감했다.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에서 전망하는 미국의 5월 CPI는 8.2~8.3%인데, 이는 4월(8.3%)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달 31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이 만나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소식도 물가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다. 5일 여론 조사 업체인 라스무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전 지지율(48%)을 대폭 하회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미 국채 금리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채권은 만기에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 물가가 오르면 만기에 받을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투자자들이 이를 우려해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면 채권의 유통량이 증가해 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할인율(금리)은 높아진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달 27일까지만 해도 2.7%대에 그쳤으나 이달 6일 3%선을 다시 돌파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크로(거시) 환경이 나빠지고 금리가 올라가면 2차전지주는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및 2차전지주는 대표적인 기술 성장주다. 현 주가에는 미래의 실적이 할인돼 반영된다. 채권 금리가 높으면 할인율도 높아지고, 그만큼 주가도 하락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이 삼성SDI의 '매도' 리포트를 낸 것도 국내 2차전지 관련주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지난 달 30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삼성SDI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중립'을 건너뛰고 곧바로 매도 의견으로 전환한 것이다. 목표주가는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반토막 냈다.

한편, 2차전지주의 동반 하락 속에서도 SK이노베이션(096770)은 5% 가까이 올랐다. 전날보다 4.88% 오른 23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차전지보다는 정유·화학 업황과의 상관 관계가 더 큰 것 같다"며 "유가 상승으로 정유·화학 기업들이 2분기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전망치보다 좋은 실적)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에서는 2000억원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나,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정제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와 제반 비용을 뺀 값)이 확대되며 정유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