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치러진 선거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6.1지방선거와 7개 선거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난 가운데, 일부 정치 테마주는 장 초반부터 25%가까이 급등한 반면 일부 종목은 7% 넘게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김동연 테마주’ PN풍년, 장 초반 25% 급등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수혜주는 ‘풍년밥솥’으로 잘 알려진 PN풍년(024940)이다. PN풍년은 과거 한국산 전기 밥솥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 때 ‘K-밥솥’ 테마주로 묶여 오르내린 바 있는데, 이번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테마주가 됐다.

2일 개장 직후 PN풍년 주가는 전날보다 25% 높은 580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최상훈 감사위원이 김 당선인과 덕수상고, 국제대(현 서경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김동연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김 당선인은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신탁은행(하나은행)에 다니다 뒤늦게 국제대 법학과에 진학한 바 있다.

PN풍년은 지난해 김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작년 3월 말까지만 해도 4000원대에 거래됐으나 두 달도 채 안 돼서 1만3950원까지 3배 넘게 급등했다. 이후 김 당선인이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3000원대로 떨어졌고, 올해 3월 그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한번 급등락했다.

이날 김동연 테마주가 특히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지방선거에서의 극적인 역전승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혀왔다. 김은혜 후보와의 경쟁은 선거 막판까지 치열하게 이어졌다. 선거가 종료된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김은혜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김은혜 후보가 49.4%, 김동연 당선인이 48.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김 당선인은 개표가 97% 완료된 시점에 역전하며 당선에 성공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0.14%포인트에 불과했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였기에, 김 당선인 테마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급격하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PN풍년뿐 아니라 코메론(049430)SG글로벌(001380) 등 또 다른 김동연 테마주 역시 지방선거 결과에 들썩였다. 코메론은 개장 직후 7% 넘게 급등했으며, SG글로벌 역시 7% 가까이 올랐다. 코메론의 강동헌 대표는 김 당선인이 창단한 친목단체 ‘청야’의 멤버이며, SG글로벌은 김 당선인의 고향인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다.

김 당선인 관련주가 나란히 급등한 것과 달리 역전패를 당한 김은혜 후보 관련주는 나란히 하락하고 있다. iMBC(052220)는 개장 직후 전날보다 6.2% 내린 3970원에 거래됐다. iMBC는 과거 김 후보가 MBC 기자였다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오리콤(010470)은 이날 오전 중 한때 6350원까지 내리며 4.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의 동생인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이 김 후보와 이화여대 동문이다.

◇ 안철수 압승에도 안랩 하락…이재명 테마주는 ‘잠잠’

지방선거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일부 종목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가 흐름이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안랩(053800)이다.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금배지를 달게 된 안철수 당선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이날 오전 한때 안랩 주가는 전날보다 7.1% 내린 10만4300원을 기록했다. 10시 41분 현재도 6%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당초 안랩은 안 당선인의 여의도 복귀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으나, 선거가 끝나며 호재가 소멸됐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랩 주가는 연초 이후 3월 말까지 75% 가량 오른 바 있다.

6.1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왼쪽),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당선인(오른쪽). /뉴스1

인천 계양을에서 윤형선 후보를 꺾은 이재명 당선인 관련주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스타코(015020)는 전날보다 1.58% 내린 1560원에, 오리엔트정공(065500)은 전날과 같은 1860원에 거래 중이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참패하자, 당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 당선인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시·도지사 선거에서 5석을 가져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국민의힘은 12석을 가져갔다. 전국 구·시군 장 226석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63석을, 국민의힘이 145석을 가져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자생당사(自生黨死)’를 언급하며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이 당선인을 저격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2일 새벽 페이스북에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며 “쇄신은 책임 큰 사람들이 물러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